영화 '의형제'의 그림자와 보수단체 어르신들의 공통점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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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2. 28. 20:00

설에 개봉한 영화를 뒤늦게 보고 왔습니다. 설 이후에 바쁜 사무실 일로 인하여 문화생활은 둘째치고 대중교통으로 퇴근하는 것도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또 그다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영화도 없기도 했습니다. 물론 제가 바쁘고 보고 싶은 영화가 없었다는 것이지 많은 영화들이 개봉했고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의형제'는 관객 400만명을 앞두고 있고, '하모니'도 은근히 짭짤하게 재미를 복 있습니다.


오랜만의 휴일을 맞이해서 하루종일 집에서 뒹굴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왔습니다. 저녁을 먹고 신촌을 걷다가 오랜만에 영화를 보기로 했습니다. 자주 찾는 영화관 아트레온 앞에서 무슨 영화를 볼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사람들이 많이 본 영화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라는 단순한 이유로 '의형제'를 본 것 입니다.

송강호와 강동원 주연의 '의형제'는 어쩌면 때 지난 이야기일수도 있는 남북관계, 그것도 남북의 첩보원들이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얼핏보기에 두 주연배우의 조합은 그리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영화를 보고 생각해보니 꽤 나쁘지 않은 조합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전히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남북관계에 관한 이야기는 철지난 이야기가 분명합니다. 현실적으론 남북이 아직도 대립하고 있고 북한 문제로 남한사회에서 보수와 진보 사이에 국론분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을 영화로 만들었을때 반공이야기가 되거나 북한을 불쌍하게 바라보는 시선의 영화가 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요즘 관객들이 반공영화를 이해하고 좋아할리도 없고, 탈북자들과 관련된 영화들은 실패를 맛보았습니다.

남북화해 분위기를 타고 '공동경비구역 JSA' 같은 휴먼드라마가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이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김정일을 만난다고 해도 그리 감동적이지 않습니다.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을 만났을때도 김대중 전 대통령때보다 감동은 반으로 줄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입니다. 이제 감동보다는 현실적으로 남북관계가 나아져야 하는데 대통령마다 이벤트성으로 끝나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의형제'는 남북 관계에 있어서 너무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송강호는 빨갱이를 잡는 첩보요원에서 정리해고를 당하고 딸의 양육비를 위해 동남아 신부들을 잡으러 다니고, 강동원은 북의 간첩이었다가 역시나 당국에게 버림을 받은 존재로 북의 가족을 빼내기 위해 돈을 벌게 됩니다. 실제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고 때마침 IMF가 터지자 많은 국정원 요원들이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합니다.

의형제는 이렇게 남북의 첩보원들이 이념이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에 부닥치면서 겪게 되는 삶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철지난 소재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간첩을 잡는다는 사명감 아래 불철주야 노력을 했지만 가족에게 버림받고 국정원에선 정리해고 당하는 신세. 수령님에게 충성을 다하기 위해 감성을 제거당한 살인로봇으로 만들어져 남한으로 왔지만 어쩔수 없이 인간인 간첩.

거기에 한국으로 시집을 왔다가 매를 맞아서 도망간 많은 베트남(동남아)신부들. 또 생계를 위해 그들을 잡으러 나서는 전직 국정원 요원과 간첩. 이런것들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서 화려한 액션이 없어도 치밀한 스토리가 없어도 '의형제'는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여전히 능청스런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송강호와 장동건이 되기엔 아직은 부족한 면이 있는 강동원의 연기도 좋았고, 오락영화에 사회적인 문제를 적절히 가미한 감독의 의도도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당(북한 노동당)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이념에 따라 이른바 변절자들을 암살하는 '그림자'를 보면서 시대가 변했음에도 갇힌 시선으로 자신들의 주장만 옳다고 생각하는 보수단체의 어르신들이 생각나는건 왜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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