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에 개봉한 영화를 뒤늦게 보고 왔습니다. 설 이후에 바쁜 사무실 일로 인하여 문화생활은 둘째치고 대중교통으로 퇴근하는 것도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또 그다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영화도 없기도 했습니다. 물론 제가 바쁘고 보고 싶은 영화가 없었다는 것이지 많은 영화들이 개봉했고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의형제'는 관객 400만명을 앞두고 있고, '하모니'도 은근히 짭짤하게 재미를 복 있습니다.


오랜만의 휴일을 맞이해서 하루종일 집에서 뒹굴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왔습니다. 저녁을 먹고 신촌을 걷다가 오랜만에 영화를 보기로 했습니다. 자주 찾는 영화관 아트레온 앞에서 무슨 영화를 볼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사람들이 많이 본 영화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라는 단순한 이유로 '의형제'를 본 것 입니다.

송강호와 강동원 주연의 '의형제'는 어쩌면 때 지난 이야기일수도 있는 남북관계, 그것도 남북의 첩보원들이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얼핏보기에 두 주연배우의 조합은 그리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영화를 보고 생각해보니 꽤 나쁘지 않은 조합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전히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남북관계에 관한 이야기는 철지난 이야기가 분명합니다. 현실적으론 남북이 아직도 대립하고 있고 북한 문제로 남한사회에서 보수와 진보 사이에 국론분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을 영화로 만들었을때 반공이야기가 되거나 북한을 불쌍하게 바라보는 시선의 영화가 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요즘 관객들이 반공영화를 이해하고 좋아할리도 없고, 탈북자들과 관련된 영화들은 실패를 맛보았습니다.

남북화해 분위기를 타고 '공동경비구역 JSA' 같은 휴먼드라마가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이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김정일을 만난다고 해도 그리 감동적이지 않습니다.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을 만났을때도 김대중 전 대통령때보다 감동은 반으로 줄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입니다. 이제 감동보다는 현실적으로 남북관계가 나아져야 하는데 대통령마다 이벤트성으로 끝나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의형제'는 남북 관계에 있어서 너무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송강호는 빨갱이를 잡는 첩보요원에서 정리해고를 당하고 딸의 양육비를 위해 동남아 신부들을 잡으러 다니고, 강동원은 북의 간첩이었다가 역시나 당국에게 버림을 받은 존재로 북의 가족을 빼내기 위해 돈을 벌게 됩니다. 실제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고 때마침 IMF가 터지자 많은 국정원 요원들이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합니다.

의형제는 이렇게 남북의 첩보원들이 이념이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에 부닥치면서 겪게 되는 삶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철지난 소재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간첩을 잡는다는 사명감 아래 불철주야 노력을 했지만 가족에게 버림받고 국정원에선 정리해고 당하는 신세. 수령님에게 충성을 다하기 위해 감성을 제거당한 살인로봇으로 만들어져 남한으로 왔지만 어쩔수 없이 인간인 간첩.

거기에 한국으로 시집을 왔다가 매를 맞아서 도망간 많은 베트남(동남아)신부들. 또 생계를 위해 그들을 잡으러 나서는 전직 국정원 요원과 간첩. 이런것들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서 화려한 액션이 없어도 치밀한 스토리가 없어도 '의형제'는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여전히 능청스런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송강호와 장동건이 되기엔 아직은 부족한 면이 있는 강동원의 연기도 좋았고, 오락영화에 사회적인 문제를 적절히 가미한 감독의 의도도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당(북한 노동당)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이념에 따라 이른바 변절자들을 암살하는 '그림자'를 보면서 시대가 변했음에도 갇힌 시선으로 자신들의 주장만 옳다고 생각하는 보수단체의 어르신들이 생각나는건 왜 그럴까요.

 

wrote at 2010.02.28 18:29 신고
여기저기서 의형제 호평이 많네요..저두 시간 내서 함 봐야겠어요..즐거운 휴일 되세요
wrote at 2010.03.03 14:05 신고
재미와 사회적 의미를 잘 조화시킨 영화이더군요.
wrote at 2010.03.01 17:31
그게 쉬운 일이 아니지요. 자신이 옳다고 믿으며 살아온 과정, 그것을 부정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과거가 잘못이엇음을 인정하는 것이고, 인생 헛산 것이 될 터이니 보통 용기로는 포기하기 힘들지요. 그래서 더욱 그 속으로 들어갈 논리를 개발하거나
의도적으로 다른 것들을 외면하게 되는 것이구요. 종교나 이념은 그렇게 힘을 발휘하지요. 그래서 더욱 무서운 것입니다.
스스로 그 속에 갇히기를 주저하지 않으니까요. 길들인다는 것, 길들여진다는 것, 항상 경계할 것입니다.
wrote at 2010.03.03 14:06 신고
세대가 바뀌어야 하는 것일까요. 보수이더라도...대화가 좀 통화는 보수였으면 좋겠네요.
wrote at 2010.03.02 19:48 신고
영화관에 가본지가 언제인지 한번 들러서 관람해 봐야겠습니다.
wrote at 2010.03.03 14:04 신고
기브코리아님, 문화생활을 하셔야겠네요. ^^
wrote at 2010.03.03 10:12 신고
아직 의형제를 보지 않았네요ㅠ 괜찮은 작품인 것 같습니다. 꼭 봐야지요ㅎㅎ
wrote at 2010.03.03 14:04 신고
아직도 때지난 남북관계나 첩보원 영화인줄 알고 별로 내키지 않았는데 막상보니 요즘 대한민국을 만날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ㅎ 그보다 오락영화이다보니 재미도 있구요.
래아본 
wrote at 2011.09.22 00:54
태클까지는 아니지만, 솔직히 마지막 글이 조금 보기에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자신의 주장만 옳다고 고집하시는 보수단체 어른들이 떠오르신다고 하셨는데, 그분들의 입장과 견지를 객관적인 면에서 바라보시는 건 어떠신지요. 북한은 6.25 이후에도 지난 5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심지어 지금까지도 고정 간첩과 남파공작원들을 이용해서 수많은 암살 및 첩보활동을 벌여왔습니다. 대남 도발사만 봐도 그 전래를 대충 알 수 있죠. 글쓴이님의 영화 '의형제'에 대한 리뷰는 잘 보았습니다만, 저는 보수단체 회원도 아니고, 그렇다고 미친놈이라고 불리는 종북주의자도 아닙니다. 그저 순전한 지식인의 입장에서 님의 글을 바라보자면, '보수단체' 어르신들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올리셨으면 좋겠습니다. 뭐든 주장과 입장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는 법이니까요.
의열단 
wrote at 2013.10.30 18:17
남한의 가스통 할배와 북한의 기득권층은 동전의 양면이죠. 어느 한 쪽이 조금이라도 낫다는 논지는 과거 수구세력이 미군정때부터 지금까지 줄기차게 주장해온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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