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다 히데오의 <올림픽의 몸값>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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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3. 4. 23:54

불과 며칠전 대한민국을 비롯한 세계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열광했다. 선수들의 몸짓 하나하나는 전파를 타고 전세계에 생중계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올림픽의 감동에 눈물을 흘리고 하나가 되어 태극전사들을 응원했다. 올림픽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우리를 비롯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일까?

올림픽을 흔희 아마추어 체육의 제전이라고 한다. 하지만 고대 올림픽이 아닌 현대 올림픽에서 올림픽 정신이란 것이 존재할까? 프로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야구선수들은 프로야구 선수들이다. 올림픽은 자본과 민족이 함께 하는 장이다. 자본주의와 민족주의가 만나는 곳이다.

올림픽이 끝났는데도 김연아와 아사다마오의 라이벌 관계를 설정하고 불협화음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그로 인해 이득을 얻는 자들은 양국의 국민들이 아닌 김연아를 모델로 쓴 대기업들일 것이다. 이렇게 올림픽 정신은 변질(?)되어서 돈을 떠나서는 이야기를 할 수 없는 대회가 되었다.

유머있고 인간적인 글들로 사회적 문제를 다루어 온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 <올림픽의 몸값>은 1964년 도쿄올림픽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후 일본은 엄청난 경제발전으로 전쟁으로 피폐해진 경제를 회복하고 아울러 자신감도 가지게 되었다. 전쟁을 격지 않은 전후 세대들은 그전 세대와는 달리 자유분방하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아울러 60년대 다른 나라의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기성세대들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세상을 바꾸려는 의식이 가득차 있던 세대이다.

<올림픽의 몸값>은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급격하게 발전하는 일본의 도시 모습과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상을 실감나게 다루고 있다. 올림픽을 위해 건설되는 각종 사회 인프라와 사람들의 인식변화는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바로 80년대 대한민국이 겪었던 현상이기 때문이다.

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대한민국도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되었다. 80년대는 민주화도 민주화이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급격한 경제발전과 도시발전 그리고 국민들의 인식변화가 있었다. <올림픽의 몸값>에서 일본의 야쿠자와 걸인들도 올림픽을 위해 솔선수범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올림픽이라는 국가적 행사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올림픽같은 국가적 행사라면 개인이 양보해야 하고 피해를 입더라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대의를 위해 사소한 일은 양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88년 올림픽때문에 살던 곳에서 쫓겨났다. 올림픽이란 행사가 우리나라에서 치뤄지는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고 모두가 함께 응원하고 봉사해야 하는 것임은 틀림없지만 올림픽때문에 개인 권리가 침해당하고 침묵을 강요당해야 한다면 과연 올림픽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생각이 든다.

올림픽의 몸값, 올림픽을 유치하면 그 경제적 효과와 파급효과는 엄청나겠지만 과연 그 몸값이 개인의 몸값보다 큰 것인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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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몸값 1 - 8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은행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