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데 아마 작년 12월 초였던 것 같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이 있는 2층을 계단으로 올라가려고 하는데 어떤 할머니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 선생님 너무 배가 고파서 그러는데 5천원만 주세요."  

행색을 보니 옷차림도 깔끔하고 얼굴도 하얗고 깔끔했다. 나도 시골에 그분과 나이가 비슷한 할머니가 계시고, 설사 구걸하는 사람들이 가짜이거나 앵벌이라고 해도 일단 도와주는 것이 맞다는게 내 신념이었기 때문에 선뜻 5천원을 드렸다. 고마워 하는 할머니를 뒤로 하고 올라오는데 동료들은 '저 할머니 프로(가짜)다.' '왜 돈을 주냐, 그건 도와주는게 아니다'라는등 시골에서 올라온 나를 촌스럽다는 듯이 다들 한마디씩 했다. 그런데 동료들이 나를 더욱 촌스럽게(?) 생각하는 일이 벌어졌다. 문이 열리더니 아까 그 할머니가 우리 사무실에 다시 들어 온것 아닌가?

"선생님 5천원만 주세요."
"할머니 제가 아까 5천원 드렸잖아요."
"아 그래요. 밥 잘 먹었어요. 고마워요."


나에게 인사를 건네더니 나가셨다. 동료들은 다시 한번 내가 속았다고 한마디씩 하는데, 바로 옆사무실에서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배가 고파서 그러는데 5천원만 주세요."

그렇다. 할머니는 이 빌딩 전체 사무실을 돌면서 5천원씩 구걸하고 다니고 있었다. 정말 할머니는 프로였을까? 잠시 고민을 하기는 했어도 내가 5천원을 준걸 후회하진 않는다. 그런데 3달이 지난 며칠후 다시 그 할머니를 보았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올라와 잠시 동료들과 수다를 떨고 있는데 몇달전 그 할머니가 사무실 문을 열고 다시 들어오는게 아닌가. 

"선생님 식권 하나만 주세요."
"할머니 오늘은 죄송합니다."


생각해볼틈도 없이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먼저 나온 말이다. 여러 생각을 했다. '무슨 사연으로 구걸을 다니고 계신걸까' '행색만 보면 구걸하며 살 것 같진 않아보이는데' '5천원을 다시 드렸어야 했나' 
누가 그 할머니를 거리에 나오게 만들었을까. 그 할머니나 자식들을 탓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렇지 않으니까 저렇게 다니실테니까. 늙어서도 인간으로써 자존심만은 지키고 싶을텐데, 그놈의 돈때문에 구걸을 하게 만든다. 가진게 없는 사람들도 자존심만은 버리지 않도록 최소한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우리 사회 복지 수준이 조금만 더 높아 졌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경제가 아직 갈길이 멀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어렵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경제가 어렵긴 하다. 하지만 늘상 자랑처럼 말하지 않는가.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라고.  얼마나 돈을 더 벌어야 우리는 만족할 수 있을까. 요즘에야 말로 소외되고, 뒤쳐진 사람들에게 관심과 사랑이 필요할 때다. 다음에 그 할머니 다시 만나면 주저 말고 도와드려야 겠다.
ㅁㅁ 
wrote at 2009.04.06 10:55
오천원씩 받고 다니면서 세금 국민연금도 안내면

사실 흑백테레비 님보다 돈 더 잘 버는 겁니다^^



아무데나 동정 어쩌고 하는 건

보기에는 좋아보여도

실체진실과도 부합하지 않죠^^
wrote at 2009.04.07 16:04 신고
그런가요.

혹시 그런 사람들때문에 정말 어려운 사람도 도움을 못받을까봐 안타깝네요.
wrote at 2009.04.06 19:37 신고
요즘은 너무나 말끔한 차림으로 그렇게 하시는 분들이 많아...
정말 도움이 필요하시고 사연이 있으실지도 모르는데.. 색안경부터 끼고 보게 되는거 같아요...
지하철이나 버스, 기차역에서도 너무나 말끔한 정장차림의 비즈니스맨 같은 분들이..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차비가 없다면서 명함을 건네고
차비를 빌리시더군요.. 정말 곤란해 보여서 선뜻 돈을 내어 드렸는데, 알고보니 그런 방법으로 전문적으로 돈을 벌고 계셨습니다..ㅜㅜ
그런 모습을 보니 좋은 마음을 악용하시는 것 같아 약도 오르고...
좀 만감이 교차했어요....ㅠㅠ
wrote at 2009.04.07 16:05 신고
그런 멀쩡한 사람들이 사기치는거 보면 화가 나기도 하고...또 그런사람들때문에 정말 어려운 분들이 도움을 못받알까봐 걱정이 되기도 하네요.
wrote at 2009.04.07 11:11
저도 지갑속을 잘 확인하지 않은 터라 정말 1,000원짜리 하나 없어 곤란했던 경험이 있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길거리나 지하철 등에서 그런 상황에 맞닥뜨리면 항상 의심부터 갖게 됩니다.
그분은 아마 치매병을 앓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전문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들때문에 정말 곤란하고 힘든 상황으로
도움이 꼭 필요한 사람들이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
정직한 사람들로만 채워질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wrote at 2009.04.07 16:06 신고
어려운 분들이 길거리로 나오지 않아도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게 사회제도가 갖춰진다면 주는 사람들도 의심하지 않아도 되고, 자존심을 버리고 구걸을 하는 사람도 없어지겠죠.
wrote at 2009.04.08 02:52 신고
개인적으로 못 믿어서 도와드리지 못하는 1인....
믿음이 잘 안가더라구요...
직업으로 삼고 계시는 분들도 많은터라..;;
wrote at 2009.04.08 08:39 신고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이 더 높아져야 겠죠. ^^
wrote at 2009.04.08 23:09 신고
저 맘압니다... 남을 돕는게 어려운 일이 아닌데... 맘처럼 쉽지 않아요...
wrote at 2009.04.08 23:31 신고
그렇죠. 분명 주머니에 돈이 있는데, 선뜻 내놓기 힘든거 같아요.
TIANKONG 
wrote at 2010.08.13 13:04
저도 방금 사무실에 어떤 할머니께서 오셔서 천원만 달라고 하셨는데 ,
돈은 안뽑아놨더니 정말로 지갑에 8백원정도밖에 없길래 .
할머니 그럼 이거라도 가져가세요.. 했더니 , 할머니께서 받아가시면서 .
"아이고~ 돈 천원도 못 얻고 간다~~~~~~~ " 이렇게 큰소리로 하시며 나가시더라구요 .
그냥 드리지 말껄 그랬는지.... .. 마음이 내내 찝찝해요 .ㅠㅠ 괜히 드렸나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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