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책 나쁜책, 그리고 작은책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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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3. 29. 15:38

대학교 3학년때 선배의 자취방에 놀러갔다가 '작은책'이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엔 왠지 '좋은생각'의 짝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내용을 보니 쉽게 넘길 수 있는 책이 아니었다. 명사들의 명언과 칼럼, 그리고 장미빛 미래만 가득한 '좋은생각'과는 달리 '작은책'은 비정규직 이야기, 여성노동자 이야기, 해고노동자 이야기, 청년실업자 이야기 등 세상에서 소외된 그렇지만 세상의 대부분인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재작년부터 정기구독을 해왔고 올해부터 후배에게도 생일선물대신 정기구독권을 끊어주었다.

◎ 나쁜책과 작은책, 왼쪽의 책은 정말 쓰레기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서라도 저런 책은 발간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좋은생각'이라는 책이 나쁜책이라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좋은생각'이 담지 못하고 있는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작은책'에서는 만날 수 있다. 세상은 분명 밝은면도 있고, 미래는 희망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우리의 현실은 고단하기만 한것이 사실이다. 돈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가고,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지금 어찌 좋은 생각만 하며 웃고 지낼 수 있을까.

명사들의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아니라 다소 서툴고 거칠더라고 우리가 쓴 글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나는 '작은책'을 좋아한다. 보는 사람들에 따라서는 '작은책'이 나쁜책일 수도 있다. 그들의 감추고 싶은곳, 사회에서 말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잘나가는 삶에 방해가 되고 짐만 되는 노점상, 철거민, 농민, 실업자등의 이야기는 거짓일뿐이고 노력이 부족해서 그렇게 밑바닥에서 사는 거라고 저주를 퍼부어도 어쩔수 없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이다. 

오늘 서점에 들러 '작은책'을 사보세요. 당신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