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층의 악당, 은은한 재미의 코미디 영화를 원하신다면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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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1. 30. 08:00

공항 CGV에서 '이층의 악당'을 보고 왔습니다. 원래는 '스카이라인'을 보려고 했는데 시간도 맞지 않고 주위에서 재미가 없다는 평도 있어서 '이층의 악당'으로 선택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꽤 괜찮았던 선택이었습니다. 처음엔 제가 좋아하는 장르도 아니고 좋아하는 배우도 아니어서 매표소 앞에서 어떤 영화를 볼까 한참을 고민했지만 좋은 선택이었던것 같습니다. 이층의 악당에 대한 사전정보가 거의 없이 봤는데 은근한 재미를 선사해주는 영화였습니다.

이층의 악당은 한석규와 김혜수가 주연했습니다. 둘은 예전에도 '닥터봉'에 같이 출연했고 무려 15년만에 다시 호흡을 맞췄습니다. 둘이 연기한지 15년이나 되었다고 하니 세월은 참 빠르네요. 영화소개에서 장르를 서스펜스 코미디라고 하던데 사실 서스펜스라기 보다는 코미디가 주입니다. 상영 내내 대박 웃음은 없었지만 계속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을만큼 은근한(?) 재미를 선사해줍니다.


 고미술품을 밀거래하는 한석규는 값비싼 자기의 행방을 찾아 김혜수의 이층에 세들게 됩니다. 조그만 찻잔에 무려 20억원이라는 거액이 걸려 있기에 한석규는 온힘을 다해 집안 구석구석을 뒤집니다. 반면 김혜수는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고 우연한 기회에 한석규와 로맨스에 빠지게 되면서 상황은 꼬이게 된다는 스토리입니다.

스토리로 본다면 특별할것 없는 극본이고 결말도 그다지 반전이 없지만 한석규의 불쌍한 연기와 김혜수의 푼수 같은 모습이 재미를 더하는것 같습니다. 특히나 찻잔을 찾다가 지하실에 갇힌 한석규의 연기는 정말 리얼하더군요. 마치 괴짜가족에서 이소룡 선생이 고속도로의 중앙분리대에 갇힌 장면이 떠오르더라구요. 항상 멋지고 반듯한 역할만 맡았던 한석규가 망가진 모습을 보여줬는데 생각외로 어울렸습니다.

자신의 남편을 간접적으로 죽인 사기꾼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도 그렇고 곳곳에 억지같은 설정이 좀 있지만 두 배우의 연기와 대사가 재미를 주었습니다. 몇년동안 한국 영화에서는 주연 뺨치는 조연들의 연기가 유행처럼 빠지지 않았는데 '이층의 악당'에선 특출한 조연들의 연기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 영화에도 조연들이 많이 출연하긴 하지만 큰 웃음을 선사해주는 조연은 없었습니다. 뭐 그점이 아쉬웠다기 보다는 주연배우들의 연기에 몰입할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한석규라는 배우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던 '이층의 악당'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