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노벨문학상 수상 실패? 한국문학의 현실이다.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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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0. 9. 09:27

며칠전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페루의 작가 바르가스 요사가 수상했습니다. 한때 우리나라의 고은 시인이 수상이 유력하다고 해서 언론이 떠들썩하기도 했었습니다. 안성시에서는 현수막까지 내걸었다고 하죠. 결국 고은 시인은 고배(?)를 마셨습니다. 많은 국민들과 언론이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는데요. 일각에서는 노벨문학상을 놓친 것이 무슨 사회적 문제인 마냥 보도하기도 해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노벨문학상을 타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 의문이 들더군요. 노벨상도 그렇지만 문학이라는 것이 올림픽처럼 순위를 다투는 것도 아니고 꼭 1위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여준 것아 씁쓸했습니다. 노벨문학상이 세계적으로 권위가 있는 상인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 큰 상에 수상 후보로 올랐다는 자체로도 고은 시인이나 우리나라 문학계나 큰 영광일 것입니다. 하지만 노벨 문학상을 꼭 타야만 하는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노벨상 홈페이지



물론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다면 두말할 나위없이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상에 목을 멜 필요도 없고 수상을 못해도 괜찮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어차피 노벨문학상을 심사하는 위원들이 서구의 인사들이고 문자와 표현이 다른 한국의 문학인이 서구의 문학인을 제치는 것은 어찌보면 구조적으로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노벨 경제학상이나 평화상과는 출발점 자체가 틀리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일본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비교도 당하고 우리 언론이 더욱 노벨 문학상에 목을 메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각에서는 벌써 '내년엔 수상할수 있을까?'라는 기사도 내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벨문학상을 타기 위해선 번역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과학적(?)인 기사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기현상이라고 말할수 밖에 없습니다. 올해 17세 이하 여자축구대표팀이 우승을 해서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외국 여자축구와 비교해봤을때 모든 것이 뒤쳐진 우리로써는 기적이라고 말할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우승은 했지만 과연 이 분위기가 성인축구까지 갈 수 있을까에 대해선 의문이 많이 듭니다.

운동장도 부족하고 어린 선수들이 직업으로 삼기엔 프로팀도 없습니다. 국가나 기업체의 지원도 적고 선수층도 얇습니다. 국민들의 기억에선 금방 잊혀지겠죠. 여자축구의 현실은 생각하지 않은채 우승의 환호감에 도취되어 있습니다. 한국 문학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고은 시인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학의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 것이냐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서점은 문을 닫습니다. 일부 스타 작가를 제외하고는 문학을 하는 많은 분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이런 우리가 노벨문학상을 바라는 것 자체가 요행을 바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기도 없고 실력도 부족하면서 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바라는 학생처럼 말입니다. 문학계에 대한 그렇다할 대접도 지원도 없는 현실에서 수상을 바라는 것은 염치가 없다고도 생각이 듭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오히려 잘되었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우리의 수준을 말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인문학의 위기라고 합니다. 기초 학문들보다 실용학문들이 대접받고 학생들도 몰리고 있습니다. 취직이 안되는 기초학문들은 고사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문학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컨텐츠가 중요한 미래에서 문학은 아주 중요한 학문입니다.
노벨문학상 수상 소동으로 우리 사회가 한국 문학계의 현실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