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 소장파 쇄신파가 있긴 했나?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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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6. 15. 09:00

지방선거 패배이후 한나라당은 시끄럽다. 패배의 책임을 둘러싸고 여러 이야기가 있는 가운데 수도권의 초재선 의원들이 뭉친 것이다. 이른바 소장파 또는 쇄신파라고 불리는 이들은 선거패배의 책임이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청와대와 당지도부에 있다며 인적쇄신과 정책기조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이 연판장을 돌리고 당과 청와대에 반기를 들만하다. 자신들의 미래가 암담하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결과를 그대로 국회의원선거로 대입하면 2년이후 있을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수도권에서 완패할 것이 분명하다. 오세훈 시장과 김문수 지사가 재선에 성공하긴 했지만 그것은 한나라당의 승리가 아닌 그둘만의 승리였다.

수도권에서 바닥민심은 한나라당에 등을 돌렸다. 때문에 위기의식을 느낀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이 쇄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지난 과거를 잘 알고 있는 국민들은 과연 한나라당이 쇄신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 작년 보궐선거 이후 한나라당의 쇄신특위를 만들어가면서 당을 바꾸려고 했다.

개표 방송을 보고 있는 한나라당 지도부


대표적인 소장파인 원희룡 의원이 위원장을 맡아 당의 변화를 꾀했지만 변한 것은 거의 아무것도 없었다. 쇄신의 결과가 이번 선거 패배로 이어진 것이다. 원희룡 의원은 오히려 개혁적인 이미지로 쇄신특위 위원장을 맡아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이루려는 의도가 아니었나 생각이 들 정도로 한나라당은 쇄신은 커녕 더욱 노회한 정당이 되어 버렸다.

그런 과거가 있는 한나라당에서 다시 쇄신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번에도 쇄신은 쉽지 않아 보인다. 친박과 친이라는 계파가 그대로 있고, 소장파가 주장하는 청와대 인적쇄신도 언제 실행될지는 미지수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 한나라당 소장파는 별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들은 정부와 당이 잘못된 정책을 내거나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해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는 커녕 아바타처럼 야당을 탄압하고 시민사회를 공격하는데 앞장서기 바빴다. 그동안 청와대나 한나라당은 위기때마다 변화와 소통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위기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변화와 소통은 온데간데 없고 시민사회와 야당을 탄압했다.

그런점에서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 이유중 소장파의 책임도 크다. 직언을 하지 못하고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는 소장파가 소장파인가? 미래를 이야기하지 못하고 과거로 회귀하려는 노회한 정치인들이 모여 있는 청와대와 당지도부에 쓴소리도 못하는 소장파가 쇄신을 요구할 자격이 있을까? 아니 한나라당에 소장파가 있긴 한걸까?

소장파라는 집단이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청와대와 당지도부에 반영시켰다면 아마 이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자신들이 필요할때마다 쇄신을 끌어내 위기를 모면하려 했던 점에서 결과는 어느정도 예상이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월요일 연설에서 세종시는 국회에서 판단하고(사실상 포기)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그대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선거패배전에도 세종시 수정은 사실상 힘들었다는 생각을 해볼때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은 전혀 변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한나라당 소장파들은 이 대통령의 발표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