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월드컵] SBS독점중계 폐해가 드러난 개막전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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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6. 12. 09:00

남아공월드컵이 드디어 개막을 했습니다. 대한민국과 그리스의 첫경기도 무척이나 기대가 되고 있고 승리를 기원해봅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은 많은 분들이 알다시피 SBS의 독점중계로 방송되고 있습니다. 지난 독일월드컵 같은 경우엔 지상파 방송3사가 서로 앞다투어 월드컵을 중계했습니다. 물론 전파 낭비라는 쓴소리도 있었고 TV를 켜면 온통 월드컵 이야기만 나와서 시청자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남아공월드컵에선 KBS와 MBC에서는 월드컵 중계를 볼 수 없습니다. SBS는 지난 밴쿠버동계올림픽에 이어 남아공월드컵도 독점중계하고 있습니다. 굵직굵직한 세계 스포츠 이벤트를 독점하고 있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SBS의 독점중계를 비난하고 있고 다른 방송사는 소송을 걸기도 했지만 SBS의 독점중계를 찬성하는 분들도 꽤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축구말고도 다양한 방송프로그램을 원하는 시청자들은 방송3사가 온통 축구중계를 하는 것이 전파낭비라고 생각합니다. 일리가 있는 주장입니다. 드라마나 쇼프로그램을 보고 싶은데 온통 축구중계만 해준다면 반가울리가 없겠죠. 하지만 그 다양함 때문에 다른 다양함은 묵살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SBS 월드컵 아나운서 및 해설자


오늘 개막전으로 남아공과 멕시코의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SBS에서 독점중계를 했습니다. 하지만 SBS에서만 중계하다보니 선택권이 사라졌습니다. 축구중계장면은 하나인데 무슨 선택권이 필요하냐 말할수 있겠습니다만 캐스터 또는 해설자의 취향과 수준도 다르고 방송사마다 기타 정보도 다르게 마련입니다.

지난 월드컵 중계에서 각 방송사마다 특색있는 중계를 하려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방송사마다 특집을 준비했고 재미있는 화면과 이야기로 월드컵을 더욱 생생하게 중계했습니다. 하지만 SBS의 독점중계는 아무래도 경쟁이 없다보니 밋밋하다는 생각입니다. 다분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만 개막전 해설자의 중계는 불만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KBS의 이용수 해설위원의 중계를 좋아합니다. 논리적인 이야기가 축구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독점중계로 인해 MBC와 KBS의 뛰어난 아나운서와 해설자들은 이번 남아공월드컵 중계에선 만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SBS의 중계가 형편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청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은 사실입니다.

자신의 취향에 맞게 MBC에서 해설해주는 중계를 보고 싶은 분도 있을테고 KBS 또는 SBS의 중계를 원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SBS의 독점중계로 인해 싫든 좋든 해설이 마음에 들던 안들던간에 한 채널만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게 바로 독점의 폐해입니다. 지상파는 케이블과 달리 공공의 성격이 강합니다. 어느 한 방송사가 독점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밴쿠버올림픽에서도 모종목의 해설자의 비논리적이고 감정적인 해설을 듣기 싫었습니다. 하지만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방송에선 중계를 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개막전 중계를 보면서 심한 사투리에 뻔한 질문과 답변 그리고 어눌한 말솜씨까지 제대로 실망감을 안겨주었고 독점중계의 폐해를 몸소 실천해주는 중계였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다음 월드컵에선 저는 이용수 해설위원의 중계를 보고 싶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