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이 오그라드는 정운찬 총리의 편지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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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2. 12. 09:00

정운찬 총리의 편지


설을 맞이해서 고향인 공주에 내려오니 우체통에 편지가 한통 있었다. 명절때면 아버지께 매번오는 인사편지인줄 알았는데 보내는 사람이 일반인이 아니다. 요즘 충청도에서 가장 인기가 없는 인물인 정운찬 총리가 보낸 사람이다. 편지를 받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공주시와 연기군민 8만세대에게 보냈다고 한다. 보수언론에서는 세종시 수정안 지지를 부탁하는 총리의 충청도민에게 보내는 진심어린 편지정도로 보도하는데 직접 읽어보니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방구석에 던져버렸다.

정운찬 총리


편지는 구구절절하다. 설을 맞이한 사람들의 마음과 고향을 찾는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려는 표현이 많이 보인다. 고향과 못살던 시절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국무총리가 된 이유가 충청도 출신이었기 때문에 가장 큰 점수를 받았을 정운찬 총리이지만 사실 그가 충남 공주에서 살았던 기간은 불과 2년도 채 안된다. 고향이라 부르기엔 과장이 심하다. 편지에선 '설 무렵이면 유난히 태어나고 자란 옛 터전이 간절히 그리워진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의 기억속에서 고향은 아마 서울일 것이다.

정운찬 총리 편지


어쨌거나 편지에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지지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공감은 그리 가지 않는 내용들이다. 편지를 읽으면서 그가 과연 존경받는 경제학자였는가 의문이 들었다. 그의 말대로 무조건 등따시고 배부르기만 하면 다일까? 그것이 행복의 기준일까? 편지에선 삼성전자가 오면 일자리가 4천개가 생긴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 세종시에 필요한 것은 삼성전자가 아닌데 말이다. 정부와 정운찬 총리는 삼성이라는 이름의 회사가 가면 충청도민들이 얼씨구나하고 좋아할줄 알았나보다.

편지를 읽으면서 총리의 진심이 엿보이기보다는 정부와 총리의 천박한 생각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세종시는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다. 국가균형발전과 정부와 국민의 신뢰의 문제이다. 공장과 대학이 필요해서 만든 도시가 아니란 말이다. 더군다나 그런 계획들은 세종시 원안에도 다 들어가 있던 새삼스러울것 없는 내용들이다. 지금와서 마치 큰 특혜를 베푸는것처럼 선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돈으로 주민을 매수해서 관제데모를 열고, 불법으로 국정원이 관여하고 총리마저 엄청난 양의 홍보물을 뿌리면서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부치고 있다. 정부는 설날을 맞이해서 충청도의 여론이 나아지길 기대하겠지만 지역의 민심은 그리 호락호락할것 같지 않아 보인다. 정운찬 총리의 편지가 더욱 확신을 가지게 만들어 주었다.

정운찬 총리 편지


앞으로 살면서 언제 또 국무총리의 편지를 받을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식의 손발이 오그라드는 편지는 받고 싶지 않다. 왜 자신이 달걀세례를 받고 있고 주민들의 마음이 돌아서지 않는지 편지에서 다 드러나고 있다. 정운찬 교수는 그냥 교수였을때가 어울렸다. 야구장을 찾고 야구중계를 하는 서울대총장님 정운찬, 얼마나 멋진가? 하지만 정치인 정운찬은 영 아닌것 같다. 지난 대선에서 후보가 되지 않은 것이 큰 다행이다.

2010/02/12 - [비판적 시선] - 정운찬 총리 스팸메일 8만통 발송 편지 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