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전] 한국전쟁의 참상, 전쟁의 승리자는 누구인가?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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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8. 2. 14:48

지난 주말 [고지전]을 보고 왔습니다. 유명한 극장들은 원하는 시간에 고지전의 좌석을 예매할수가 없어서 난감했는데 아현동살때 자주 다니던 신촌의 아트레온 극장은 자리가 널널하더군요. 시설도 괜찮은데 반면에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아서(극장측에선 안좋겠지만) 자주 찾았던 극장인데 오랜만에 찾아갔습니다. 그만큼 주말 극장가에서 고지전의 인기가 높았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영화를 보기전 여러 경로를 통해서 대충의 내용을 알고 갔습니다.

고지전을 보기전에 두가지를 기대했는데요. 하나는 전쟁영화답게 실감나는 장면을 기대했습니다. 어설픈 장면과 CG가 난무하는 반공영화가 아니길 바랬습니다. 또한 헐리우드 영화처럼 주인공은 총에도 안맞고 뛰어다니는 신적인 영웅으로 묘사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습니다. 두번째 기대는 아직도 민감한 소재인 한국전쟁을 다루면서 반공보다는 실제 전쟁터에 있었던 군인들의 심리상태나 인간적인 면모를 다루기를 바랬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저의 두가지 기대를 충족시켜주었습니다. 고지를 뺏고 빼앗기는 고지전이라는 특징에 걸맞는 장면과 컴퓨터그래픽을 보여줬습니다. 또한 북한 인민군은 빨갱이로 묘사하며 죽여야할 존재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결국 인간이고 권력자들에 의해 전쟁터로 내몰린 존재라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몇년전 지역에서 한국전쟁 당시를 겪은 분들을 인터뷰하는 일을 한적이 있는데요. 사실 우리가 알던 인민군과 다르게 실제 당시의 인민군은 악덕한 사람들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악행을 벌인 사람들은 후퇴하면서 민간인을 학살한 경찰과 국군이거나 또는 그 복수를 하기 위해 인민군 세력에게 빌붙은 좌익들등 갑자기 권력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었습니다. 고지전의 대사에서도 언급되지만 전쟁이 길어질수록 '왜 전쟁을 해야 하는지' 모르면서 죽고 죽이는 날들이 이어지게 마련입니다. 고위 권력자들의 다툼에 군인과 민간인들은 죽어나가고 '과연 누가 이 전쟁의 승리자인지?' 모를 정도가 되자 정전도 아닌 휴전으로 한국전쟁은 막을 내립니다.

고지전에서 국군과 인민군이 내통(?)또는 친하게 지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일부 보수우익 진영에서는 기분 나빠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참호전은 1차세계대전에서 발전되었는데 직전의 전쟁들과는 달리 엄청난 사상자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전선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군인들이 목숨을 잃게 되는 전술이었던 것입니다. 적군과 아군이 불과 수십미터를 사이에 두고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크리스마스가 되자 잠시 총을 내려놓고 노래를 부르고 선물을 교환했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때문에 고지전에서 나온 에피소드도 100% 거짓은 아니라고 말할수 있습니다. 과부의 아픔은 과부가 제일 잘 알듯이 군인의 마음도 어쩌면 적군이 제일 잘 알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평화가 아닌 전쟁은 참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을 고지전을 보면서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써 군대를 다녀왔지만 한반도에서 전쟁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한국전쟁을 겪은 어른들이 이런말을 합니다. "전쟁을 겪어보지도 않았으면서...." 하지만 전쟁을 겪지 않았기에 요즘 젊은이들은 좀 더 창의적일수 있고, 자유로운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지전을 보면서 단순 오락영화가 아니라 전쟁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