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집단탈영] 전경출신이 말하는 구타가혹행위 원인과 대책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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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 25. 00:30

원주에 소재한 307 전경대 6인의 탈영사건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하던 6인의 이경(육군 이병과 동일)들이 집단으로 탈영한 사건입니다. 탈영이라는 방법(그것도 집단으로)으로 전경 구타가혹행위가 드러난 것은 유감이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얼마나 힘들었으면 탈영까지 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에서도 체벌금지가 논란이 되는 인권이 중요시되는 시점에서 아직도 구타와 가혹행위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전경으로 군복무를 마쳤습니다. 벌써 제대한지가 10년이 넘었습니다. 육군으로 지원했다가 어떻게 해서 전경으로 차출되어 군복무를 대체했습니다. 경찰서에서 2년 조금 넘게 생활하면서 추억도 많이 생기고 많은 것을 배울수 있었던 계기였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육군에서는 구타와 가혹행위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었는데 유독 전의경 사회에서는 심한 구타와 가혹행위가 이어졌습니다.


원주 전경대원들이 털어놓은 가혹행위들이 제가 전경생활을 하던 시절에도 일상적으로 있었던 것들이었는데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에 놀라웠습니다. 비단 원주 전경대만 그렇겠습니까? 아마도 전국의 전의경 부대에서 알게 모르게 구타와 가혹행위가 이어지고 있을것입니다. 이른바 군기라는 이름아래 개인의 인권보다는 집단의 이익을 얻기 위해 갓 들어온 신병들에게 엄청난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주고 있는 것입니다.

버스에서 엉덩이 들고 서 있기, 암기사항 외우기, 내무실에서 등기대지 않기부터 시작해서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규칙들이 존재했습니다. 심지어는 청소할때도 순서대로 하지 않았다고 맞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추억이라고 말할수 있지만 당시에는 큰 고통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전역자들이 큰 탈없이 제대하고 수년후엔 추억으로 생각하지만 문제는 일부의 사람들에겐 평생 고통으로 남을수도 있고 심지어는 탈영을 넘어서 목숨을 걸기도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때문에 부대내에서 구타와 가혹행위가 이어지는 것은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서 잘못입니다. 육군에 비해 전의경이 구타 및 가혹행위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는 점은 경찰 조직이 잘못되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전경시절 경찰병원에 잠시 입원했던 경험이 있는데 시위진압을 나갔다가 다쳐서 오는 전의경도 많지만 생각보다 꽤 많은 전의경들이 고참들에게 구타당해서 심지어는 정신병을 얻은 경우가 있어서 놀랬던 생각이 납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전임 청장들과는 다르게 해당부대를 해체하고 경찰관까지 중징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전에도 전의경 구타사건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어영부영 넘어갔던 것에 비해서는 상당히 발빠른 대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해당부대를 해체한다고 전의경 구타 가혹행위가 근절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근본적인 대책은 전의경제도를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것 아닌가 합니다. 20대 초반의 성숙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시위대를 대하는 것은 상당히 정신적인 고통이 큰 일입니다. 육군처럼 훈련만 해도 힘든데 일상적으로 일반인들을 상대해야 하는 전의경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상상 그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고통들이 후임들에 대한 구타와 가혹행위로 이어지는 것 입니다.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군인들이 상부에서 내리는 지시를 어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부모와 형제 같은 일반인들을 곤봉과 방패로 때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겠죠. 때문에 전의경 조직에서 고참의 말이나 규율은 어기면 안되는 것입니다. 그런 전통들이 지금까지 내려오면서 구타와 가혹행위로 변질되고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지금처럼 전의경 제도가 이어지고, 경찰관들의 제대로된 관리감독이 안된다면 언제든지 구타 가혹행위는 재발할 것입니다. 인권을 지키고 민중의 지팡이라고 하는 경찰 조직내에서 인권을 경시하는 하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참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번에 일이 일어난 전경대도 원주경찰서 안에 있는 부대입니다. 경찰서 안에서 상시적으로 폭행과 가혹행위가 일어난 것입니다.

자신들의 인권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시민들의 인권을 제대로 지킬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전의경 및 경찰 조직의 반성과 혁신이 필요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