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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전 날씨도 이랬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나는 시골 경찰서에서 혼자 올라와 국립경찰병원으로 향했다. 아침에 정보과장에게 신고를 하고 서울행 기차를 탈때까지만 해도 실감이 나질 않았다.

당시 나는 전투경찰 수경(육군 병장)으로 제대가 얼마남지 않은 소위 왕고였다. 기수도 잘 풀려서 상경때부터 차석이었고, 수경이 되어서는 부대도 아니고 도 내에 고참이 없었다.

막 수경 계급장을 달았을때 신병이 들어왔다. 첫 인상부터 심상치 않던 친구였다. 헬멧은 내피를 빼고 써도 안맞고 체력은 칠십 노인보다 못했으며 행동은 굼뜨고 말은 다 허풍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전경은 육군보다 구타가 심했다. 나도 고참들에게 심하게 맞았고, 옆 내무반의 의경들은 구타로 시작해 구타로 끝났다. 하지만 그 친구는 워낙 특이(?)해서 특별 관리 되었고 모두들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 친구때문에 내무반이 조용히 지낸 날이 거의 없지만 시간이 지나니 나름 그 친구도 적응을 하고 내무반원들도 그 친구에 대해 어느정도 적응을 했다.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자세히 밝힐순 없지만 명절이 되어 경비 지원근무를 나간 그 친구가 몹쓸 짓을 한 것이다. 경찰서로 잡혀온 후임은 외계인을 봤다며 횡설수설을 했고, 다음날 정신감정을 위해 서울로 보내졌다. 고참으로써 널널하게 지내던 나도 1주후에 보호대원으로 뽑혀서 가게 된다.

경찰병원으로 가서 초인종을 누르니 두꺼운 철창문을 열어준다. 모두들 촛점이 풀린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병원 특유의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침대를 배정받고, 옷을 갈아입으니 누가보면 나도 정신병자처럼 보였을거다. 약 4주간 후임과 같이 갇혀 있었는데, 그들의 정신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들도 나름 위계질서가 있었고, 9시에 점호도 했다. 점호시에 다른게 있다면 일렬로 서서 약을 탄다는 것이다. 의사가 들어오면 경례도 했고, 관등성명도 있었다. 조그만 공간에 갇혀 있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오히려 나만 정상이어서 버틸수 있었던 것 같다. 재미있는 일도 많이 일어나고 왜 그들이 거기에 들어올수 밖에 없는지 이야기를 들어주며 고민할 시간도 가질수 있었다.

정신적으로 힘든 친구들과 같이 생활하다 보니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많았다. 첫날 가니 고등학교 동창도 나처럼 보호대원으로 와 있었다. 비가오면 침울해지고, 한명이 기분이 좋아지거나 나빠지면 전염병처럼 모두가 그렇게 된다. 내 후임은 자살을 하겠다고 샴푸를 먹어서 사지가 침대에 묶이기도 했고, 옆 침상의 친구는 변을 볼때 뚜껑 위에 보거나 변기 주면에 보는 습관이 있기도 했다. 옆방의 친구는 귀신이 보인다며 괴로워 했고, 끝방의 친구는 퇴원했다가 성추행범으로 몰려서 하루만에 다시 입원하기도 했다.

소란스러운 날도 있지만 대부분은 한가롭고 평화로운 나날들이었다. 아침을 먹고 음악에 따라 복도를 왕복하는 운동시간도 있고, 탁구도 많이 치고 나는 독서를 많이했다. 1주일동안 아리랑 12권을 다 읽을정도로 한가했다. 약을 먹어 몸이 나른한 그 친구들은 낮에도 대부분 잠을 청했다.

우울증으로 입원했던 경찰관 아저씨도 있었다. 밖에서 생각하기엔 시위대에게 맞거나 시위진압의 스트레스로 정신병원에 갔다고 생각할수도 있다.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많은 수가 고참들의 구타와 폭력때문에 정신병을 얻는다. 신병때 전경버스 뒤에서 고참에게 곤봉으로 머리를 맞아 발작증상이 생긴 전경도 있었다. 고참들의 위압과 구타로 인해 정신병을 얻어 귀신이 보이거나 범죄를 저지르거나 자해를 해서 입원한 환자도 있었다.


군대, 특히 전경과 의경부대에서는 요즘도 심심치 않게 구타사건이나 자살사건에 대한 뉴스가 들려온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의 내부에서 아직도 구타가 용인되고 있는 것이다. 자기 자신들도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데 국민들의 행복과 안전을 어떻게 책임질수 있을까. 작년 촛불시위처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큰 사건이 벌어지면 전경들도 많이 불려나가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데 정신적으로 힘들 것이다.

짧게는 몇주, 길게는 몇년동안 좁은 공간에 갇혀 지내던 그들. 지금은 어디에서 어떻게 지낼까?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던 친구들. 4주동안 함께 동고동락했던 그때가 생각난다. 요즘은 정신없는 대한민국 사회 때문에 한 몇일 들어가서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얘들아 다들 잘지내고 있지?
wrote at 2009.04.25 22:07 신고
지친 느낌이 많이 듭니다. 여러가지 한국사회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말입니다... 하지만 쉴 틈이 없다는 것을 현실의 여러 방면에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여러가지로 힘들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wrote at 2009.04.26 10:17 신고
행복하게 살아가야할 청춘들이 정신병원의 철문안에 갇혀있다게 참 안타까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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