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파라과이에게 졌으면 하는 솔직한 마음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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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6. 29. 19:17

오늘밤 11시면 일본과 파라과이의 16강전이 펼쳐집니다. 아시아에서 살아남은 한팀 일본이 과연 파라과이를 꺽고 8강에 진출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치뤄진 남아공월드컵의 특징은 유럽과 아프리카 팀들의 부진과 남미와 아시아팀들의 선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한국의 선전은 16강에서 멈추었지만 세계 축구의 변방인 아시아축구가 이제는 강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고 다음 브라질월드컵에선 더욱 멋진 경기를 펼칠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대회였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언론에서 일본 축구가 과연 16강을 넘어 8강을 갈 것인지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일본이기 때문에 언론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의 생각이 복잡할 것 입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머리는 일본의 선전을 기대하겠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저도 걱정아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일본을 응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말이죠. 양국은 역사적으로 친해질래야 친해질수 없을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도 그렇습니다.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왜곡은 한국민들에게 일본을 응원할 수 없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아시아를 대표해서 뛸 일본을 한국의 많은 국민들은 응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성적으로는 일본이 아시아를 대표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아시아축구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이 달라질 것이고 그러면 당연히 한국 축구의 위상도 높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마음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일본축구대표팀 혼다 케이스케


오늘 일본과 파라과이전을 보면서 적지 않은 분들이 파라과이를 응원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많은 분들은 일본을 응원하고 8강까지 갈 수 있기를 바라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분들을 비난하거나 틀렸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반대로 일본을 응원하지 않는 사람들도 감정에 치우친 처사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느팀을 응원하던 그것은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입니다. 파라과이의 잘생긴 스트라이커 산타크루즈를 좋아하는 분들도 많을 테니까요. 

국가적으로도 한국과 일본은 라이벌이지만 축구도 항상 라이벌이었습니다. 서로 앞치락 뒤치락하면서 발전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좀 다른 관점으로 이번 일본전을 관람할 예정입니다. 프로야구를 예로 들면 두산베어스를 좋아하는데 엘지트윈스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기를 바라는 두산팬들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하위권팀들인 한화나 넥센이 우승하는 것이 낫지 라이벌인 엘지가 우승한다는 것은 두산팬들에게 큰 상처를 주는 것입니다.

월드컵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축구는 물론 사회경제적으로 라이벌인 일본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상당히 배아픈 일입니다. 물론 프로야구와 달리 월드컵은 국가대항전이긴 하지만 한국인이 일본팀이 이기길 바라는 것은 참 힘든 일입니다. 겉으로는 그럴지 몰라도 속으론 일본이 파라과이에게 지기를 바라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일본전을 앞둔 오늘 언론보도를 보니 오카다 일본 감독이 '아시아를 위해 뛴다'라고 말했다고 하는군요. 그 마음이야 고맙고, 그런 각오를 가지고 뛴다면 좋은 결과가 있겠지만 아시아인이라고 해서 꼭 일본이나 다른 아시아팀을 응원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실력 좋은 남미나 유럽의 강팀들을 응원해도 상관없는것 아니겠습니까? 더군다나 우리나라 축구대표팀도 떨어진 마당에 스타플레이어들의 멋진 경기를 본다면야 어느 대륙의 팀이건 어느나라의 선수이건간에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축구에서만큼은 라이벌 일본이 못했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저의 심정입니다. 며칠전까지는 '그래도 일본이 잘해야 아시아의 위상이 높아지지'라는 생각을 했지만 오늘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오늘 일본이 파라과이에게 졌으면 좋겠습니다. 파라과이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 그렇다고 제가 일본이나 일본인을 극도로 싫어하는 우파 민족주의자는 아닙니다. 단지, 라이벌 일본 축국가 한국보다 잘하길 바라지 않는 사람중에 하나일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