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vs 브라질, 이변은 없었지만 희망은 보였다.

흑백테레비

·

2010. 6. 16. 06:27

방금전 남아공월드컵 북한과 브라질의 경기가 끝이 났습니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역시 브라질이라는 감탄사가 나올 경기였습니다. 북한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한다며 난감해 하던 브라질이었지만 2:1의 승리를 거두고 첫경기에서 산뜻한 출발을 했습니다. 카카를 비롯한 브라질의 선수들은 왜 브라질이 세계최강인가를 보여주는 경기였습니다.

패한 북한도 놀라운 선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대세의 눈물로 시작한 북한은 전후반 내내 수비중심의 경기를 펼쳤습니다. 전반전엔 브라질의 파상공세를 적절하게 막아냈고, 후반전엔 아쉽게 2골을 내주며 패했지만 막판 지윤남의 득점으로 북한이 쉬운 상대는 아니라는 것을 전세계에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만회골을 넣고 즐거워하는 북한 선수들


앞서 열린 드록바의 코티드브아르와 호날두의 포루투갈의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북한이 오늘 브라질을 상대한 경기력과 결과를 보면 최약체로 평가되던 북한이 쉽게 패배할 것 같진 않아 보입니다. 오히려 브라질보다 한수 아래인 두 팀이 북한에게 상당히 고전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북한 축구는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선전했습니다.

하지만 분명 세계 수준과는 차이가 있는 축구였습니다. 물론 약체로서 선택할수 밖에 없는 전술이었겠지만 정대세를 제외하고는 전원수비만 하는 축구로 세계무대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기에는 부족합니다. 북한축구가 저력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동안 세계 축구무대에서 교류가 없었던 것이 북한축구가 발전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른 국가들은 선진적인 포메이션으로 상대를 괴롭히는데 북한은 수십년전의 생소한 축구를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 생소함이 상대팀에겐 난감한 결과를 갖게 할수는 있지만 그 이상을 바랄수는 없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민족으로서 일본보다 북한의 경기결과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천암한 사건이후 오히려 많은 분들이 더 북한 축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내심 북한이 브라질을 이기고 남아공월드컵 최대의 이변을 연출했으면 하는 분들도 주위에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바램은 우리의 꿈이었다는 것을 경기 내용이나 결과에서 보여주었습니다. 북한 선수들의 투지나 성실함은 인정하지만 왜소한 체격부터 시작해 뒤떨어지는 전술과 실력은 어쩔수 없었습니다. 브라질의 공격을 막아내기엔 후반에 떨어지는 체력은 안타깝기까지 했습니다.

작년 북한 대표팀 감독직을 제의받은 히딩크가 거절을 했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만약 히딩크가 아니더라도 외국인 감독이 북한 대표팀을 맡아 조련해다면 수준은 한단계 높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대세나 홍영표 안영학 같은 해외파가 있는 북한이 세계 축구 흐름에 동참했더라면 큰 위력을 발휘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봅니다.

경기가 끝나고 환호하고 있는 브라질 선수들 사이에서 그라운드에 누워 있는 정대세 선수를 보며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평화의 시대는 가고 대결의 시대에 열린 월드컵이라 공동응원 같은 것은 없었지만 우리 국민들 마음속엔 분명 변화가 있었을 것입니다.

앞으로 남은 코티드부아르와 포루투갈의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리고 꼭 승리해서 16강에 진출하는 이변을 연출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북한 축구의 선전이 김정일 독재 체제에 도움이 되겠지만 그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 조금이나마 기쁨을 느낀다면 축구로서의 역할은 다한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축구는 축구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