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추모정국과 애국주의 그리고 지방선거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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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4. 25. 13:06


오늘 점심 정운찬 총리의 천안함 관련 대국민 담화가 있었다. 일요일 점심 총리의 대국민 담화를 생중계 해주길래 뭐 대단한 내용이 있나 유심히 보았는데 별 다른 이야기는 없었다. 원론적인 이야기였다. '진실을 규명하겠다''사망자에 대한 예우에 최선을 다하겠다'등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다음 대목의 말은 주목할 필요가 있는것 같다.

'더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자'라던가 '하나가 되자'라는 식의 말들을 했는데 굉장히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한다. 정부와 정운찬 총리의 의도와 다르게(또는 의도적으로)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다름이 아니라 지금은 선거가 코 앞이기 때문이다. 6월2일 지방선거가 한달 조금 넘게 남은 시점에서 강한 대한민국이라든지, 하나로 뭉치자는 이야기는 보수층의 집결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천안함 희생자를 애도하고 진실을 규명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개인이 일도 아니고 국가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국면전환용으로 삼는다면 큰 저항에 당면할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당들은 4대강 반대와 무상급식 실현등을 구호로 삼아 정권 심판을 하겠다고 했다. 정부와 검찰의 잇따른 실책으로 인해 야권에 대한 지지도도 올라갔고 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1주기는 제1야당인 민주당에게 기대감을 한껏 안겨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고의 원인이야 어떻든 한달간의 천안함 사고 수습기간동은 이명박 정권 심판론은 수면아래로 가라앉았고 아직은 누군지 모를 가상의 적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하나가 되야만 했다. 보수신문은 금방이라도 전쟁이 날 것처럼 보도하고 KBS는 성금모금과 관련 보도들로 도배가 된지 오래이다. 이를 틈타 극우단체와 보수언론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타격을 공공연하게 주문하고 있는 실정이다.

911 테러가 일어난후 미국은 애국주의가 넘쳐나고 진보주의적인 인사들에 대한 압력과 협박으로 건전한 비판마저 줄어든적이 있다. 언론과 정부는 보복을 다짐했고 이를 발판으로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지지도가 낮았던 부시대통령은 아이러니하게도 911 테러로 인해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다.

우리도 지난 역사에서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북풍'이 그것이다. 선거철마다 불어오는 북풍에 보수층은 큰 도움을 받았다. 또한 이를 이용해서 자신들의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었다. 97년 여권이 북한에 북풍을 요구한 사건도 일어났다. 엄연히 휴전중인 한반도에서 북풍과 보수층의 결집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천안함 사고를 지방선거 국면전환용으로 삼아 보수층의 결집을 시도하려는 행위는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이미 천안함 희생자를 영웅으로 칭호하고 있고, 전국민이 하나가 되자고 총리가 나서서 호소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4대강 공사는 착착 진행되고 있고, 홍보예산도 수억을 썼다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MBC를 비롯한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도 천안함 같은 국가적 사고가 일어났는데 파업이나 하고 있다는 식으로 공격을 받고 있다.

천안함 희생자들의 넋은 위로하고 진실은 규명해야 하지만 그것을 이용해 기득권을 지키려는 보수층과 정부의 의도는 경계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