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귀환, 이건희 회장의 경영복귀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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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3. 25. 12:19


그가 돌아왔다. 제왕 이건희가 돌아왔다. 대한민국에서 어찌보면 대통령보다 더 영향력이 큰 인물이 바로 이건희 회장이다. 유죄판결을 받고 삼성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난지 1년도 안되서 다시 회장직에 복귀한 것이다. 한국 언론은 물론 해외언론까지 그의 회장 복귀를 대서특필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위기에 처한 삼성그룹때문에 복귀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겉으론 엄청난 실적을 올리고 있고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것처럼 보이는 삼성그룹이지만 물러나 있는 몇달동안 위기감을 느꼈나보다. 소니를 이기며 당당히 세계 전자업계 1위에 올라섰지만 삼성왕국의 앞길이 마냥 밝다고는 말할 수 없는 징조가 보이고 있다.

경쟁자가 없을것처럼 보이던 한국의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은 아이폰에 밀리고 있다. 소비자들은 조금씩 싫증을 내기 시작했고 삼성의 변화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의 주장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한순간에 벼랑끝으로 떨어지고 있는 도요타를 보면서 삼성의 미래를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작년 이명박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이건희 회장을 특별사면했다. 실형이 선고되고 불과 몇달되지도 않았는데 사면을 한 것은 유례가 없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경제살리기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이유로 이건희 회장의 사면을 환영했다.

하지만 경제살리기와 동계올림픽 유치가 법과 사회적 합의 또는 도덕성 보다 중요한 것일까? 정당하지 못한 경제살리기와 동계올림픽 유치가 과연 우리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이는 우리 사회의 결과만 좋으면 괜찮다라는 사고가 만연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많은 이들이 이건희 회장의 사면을 보면서 '무전유죄유전무죄'를 다시 한번 실감했다. 삼성은 그동안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고, 불법로비와 정관계 유착을 통해 사업을 확장해왔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 사실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의 책이 출간되기도 했지만 삼성에 설설기는 언론은 제대로 광고해주지 않았다. 이는 보수언론뿐만 아니라 진보개혁적이라고 불리는 신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삼성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건희 회장의 복귀로 대한민국의 많은 이들은 다시 한번 좌절감을 느낄 것이다. 도대체 법은 무엇에 쓰려고 있는 것이며, 삼성이라는 재벌이 그렇게도 우리에게 대단한 것인가 느끼는 기회이다. 욕심을 부리던 많은 기업가와 기업들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을 우리는 많이 보았다. 도요타도 마찬가지이다.

1942년생의 이건희 회장에게만 대한민국 경제와 삼성의 미래를 기댈수는 없는 노릇이다. 21세기에 맞는 이건희와는 다른 제2의 이건희가 필요할때라고 생각한다. 변화와 투자를 제때 못하면 기업은 뒤쳐지기 마련이다. 빠른 시대변화에 발맞춰 소니를 이겼던 삼성이 이제는 느려터진 공룡이 되어 버렸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의 위기를 극복하려 돌아왔다지만 대한민국의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