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정리해고, 재벌부터 정리해고해야

흑백테레비

·

2010. 3. 3. 15:00


금호타이어가 1199명의 노동자에게 정리해고 통보를 했다. 금호타이어의 노사는 작년부터 구조조정에 대해 협상을 벌여왔으나 결국 사측은 인적 구조조정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극적 타결이 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말을 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희망일 뿐이다. 기업이 어려우면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방만한 경영을 정리하고, 비용을 절감해야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구조조정이라는 것이 꼭 인력을 줄여야 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대기업들의 경영위기는 재벌들의 잘못때문에 일어났다. 외부적인 요인도 중요한 사항중 하나이겠지만 위기에 약해진 회사를 만든건 다름아닌 그룹의 오너들이었다.

무리한 투자나 회삿돈 빼돌리기, 정경유착 등 재벌들의 잘못때문에 경영위기가 찾아오고 없어진 대기업들이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경영 위기의 타계책으로 제일 먼저 거론 되는 것은 노동자들의 해고이다. 자신들은 엄청난 배당금을 받고 경영권도 유지하면서 회사를 지탱해온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떠 넘겨온 것이다. 

이번 금호타이어의 정리해고도 그룹 오너의 잘못이 크다. 금호그룹의 무리한 인수합병과 그로 인한 자금난으로 금호타이어가 구조조정의 압박을 받은 것이다. 그룹이 경영위기를 맞고 수백 수천명이 고용위기를 겪고 있는데도 회장일가는 재산다툼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보수 언론에서는 형제들끼리 어떤 알짜 기업을 누가 나눠 가졌다는 식의 보도만 넘쳐나고 있다.

정작 고통을 받고 있는 금호그룹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보수언론이고 개혁언론이고 찾아볼수가 없다. 세상의 이목은 사태의 원인인 재벌 일가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다. 누가봐도 금호타이어 위기는 잘못된 경영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쌍용자동차 사태에서도 보듯이 정부와 언론은 노동자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임금이 높다''노동자들의 평균 연령이 높다''다른 기업에 생산성이 낮다'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무리한 투자가 지금의 사태를 불러왔다''경쟁 회사에 비해 경영이 방만했다'라는 경영진의 반성은 보이지 않고 있다. 기업의 경영위기를 인적 구조조정으로만 풀려고 하는 대기업들의 행태도 잘못이지만 왜 벼랑 끝에 몰려서야만 극단적인 구조조정을 해야만 하는지 의문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옛말이 생각나는 정리해고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