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의 뉴욕양키스행을 보며 장성호가 생각나는 이유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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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2. 24. 09:00

박찬호의 뉴욕양키스행을 보며 장성호가 생각나는 이유
박찬호가 오랜 기다림 끝에 새 둥지를 찾았다. 새로운 팀은 다름아닌 뉴욕양키스다. 야구팬이라면 모두 모르는 사람이 없을정도로 뉴욕 양키스는 메이저리그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팀이다. 월드시리즈(월드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진 않지만)에서 가장 많이 우승한 팀이 뉴욕양키스이고 매년 거액으로 스카우트를 하는 부유한 팀이기도 하다.


그런 뉴욕양키스에 박찬호가 입단했다. 박찬호가 팀을 못찾고 방황하는 동안 국내외 많은 사람들이 박찬호를 비판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너무 오랫동안 팀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부터 돈때문에 팀을 못구하고 있는것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왔다. 시즌은 다가오는데 팀을 구하지 못하고 있으니 팬들 입장에서도 속이 탔을 것이다. 솔직히 전성기를 지난 박찬호에겐 모험이 지나칠 정도로 팀을 늦게 구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자신의 꿈(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루기 위해 적은 연봉에도 우승 가능성이 가장 큰 뉴욕양키스를 선택했다는 것은 존중하고 싶다. 이번에 뉴욕양키스에 입단하면서 받는 돈은 메이저리그 초년병 시절 LA다저스에서 받던 돈과 비슷하다고 한다. 돈은 이제 그에게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얼마남지 않은 선수생활동안 한번도 이뤄보지 못한 우승이라는 목표가 더 중요해 보인다. 선발 투수라는 보직도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불펜투수라고 해도 승리에 기여할 수 있고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설수 있고 우승할 수 있다면 값질 것이다.

박찬호가 꿈을 이루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는 것을 보면서 참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박찬호의 행보를 보면서 한국 프로야구를 되돌아보지 않을수가 없다. 물론 100년 역사의 메이저리그와 한국프로야구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 프로야구는 일본과 함께 아시아를 대표하는 프로야구이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미국과 일본, 쿠바를 물리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WBC에서는 준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하기도 했을만큼 실력만큼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 되었다.

하지만 국제 경기에서의 선전과 별개로 한국 프로야구의 경기외적인 수준은 한참 낮다. 박찬호의 이야기를 앞에서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년말 2009 프로야구 우승팀 기아의 장성호 선수는 FA를 신청했다. 하지만 장성호는 불러주는 팀도 없고 친정팀 기아에서도 버림을 받았다. 미아가 될 신세였다가 어쩔수 없이 다시 기아 유니폼을 입었다.

수년을 기아에서 주전으로 뛰면서 프랜차이즈 스타였는데 갑자기 출전도 보장받지 못하고 찬밥신세가 되어 버리자 주전으로 뛸수 있는 팀으로 가고 싶었던 것이다. 구단과 팬은 섭섭할지 몰라도 선수로써는 당연한 결정이다. 소속팀이 우승한다고 한들 그라운드에서 뛰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FA는 일정기간 프로야구에서 뛴 선수들이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추면 원하는 팀으로 소속을 바꿀수 있는 제도이다. 거액의 계약금과 연봉은 부가적으로 따라오는 선물일 것이다. FA제도가 시행된지 꽤 되었지만 한국 프로야구에서 자신의 뜻대로 팀을 옮긴 선수는 많지 않다. 정말 스타가 아닌 이상 아니 장성호처럼 스타라고 해도 자신 마음대로 구단을 선택할수가 없다. 제도가 그렇다.

자신에게 더 많은 연봉을 주는팀 혹은 뛰고 싶고 우승을 할 수 있는 팀을 골라 이동하는 것은 선수의 자유의지에 맡겨야 한다. 하지만 프로야구의 제도는 선수들의 선택권은 없다. 약자일수 밖에 없는 선수들은 구단의 소모품일 뿐이다. 프로야구가 생겨난지 30년이 다 되었는데 선수들의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는 선수노조에 대해 구단은 아직도 80년대의 주장만 늘어놓고 있다.

'아직은 시기상조이다''구단운영이 적다이다''노조가 생기면 프로야구에서 손을 뗄수도 있다'라는 협박과 여론전에 팬들마저 선수들의 정당한 권리를 외면하고 있다. 선수들은 구단에 불합리한 제도를 바꿔달라고 말할수 있고 부당한 트레이드에 대해 거부할 권리가 있다. 또한 팀을 고를수 있는 권리도 있다. 이것들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다 이루어지고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프로야구에서는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이다.

나는 박찬호처럼 장성호가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팀으로 가고, 최희섭과 이대호가 합당한 연봉을 받고 장원삼이 트레이드를 거부하고 요구할수 있을 때가 진정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말할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의 실력은 메이저리그에 어깨를 견줄만큼 높아졌는데 그를 뒷받침해줘야 할 구단과 KBO는 동네야구 수준이니 답답하다. 작년 한해 야구장을 달구었던 열기가 식지 않게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한국 프로야구 발전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