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와 히어로즈 사이에 이택근은 없다.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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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19. 13:34

히어로즈는 다른 구단들과 달리 대기업이란 모기업이 없다. 때문에 출범부터 지금까지 구단 재정이 어려웠고 팬들과 타 구단으로부터 의혹의 눈초리를 받아왔다. 그 의혹이란 혹시 '먹튀'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었다. 선진 마케팅이라던 '네이밍 마케팅'은 때마침 불어온 세계경제의 불황으로 쉽지 않았고 얼마전엔 아예 포기하겠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현대유니콘스가 침몰했을때 KT와 농협등에 구단 매각을 고려했지만 사정의 여의치 않자 성급히 팔아버린 결과이다. 

작년 장원삼 사태에서 보듯이 구단 재정이 부족한 히어로즈는 선수를 팔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프로에서 선수를 팔고 돈을 버는 것을 탓할 이유는 없다. 프로야구에선 당연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야구단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주전 선수를 무차별로 팔 위험이 있기 때문에 많은 야구팬들이 반발하고 있다. 예전 쌍방울처럼 주전선수를 팔아 야구단을 운영하는 것이 과연 장기적이 관점에서 프로야구에 도움이 될 것인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답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KBO와 히어로즈의 싸움에서 한가지 빠진 것이다. 바로 선수의 권리이다. 프로야구는 팬과 구단 그리고 선수로 구성되어 있다. 세가지가 맞아떨어져야 프로야구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입금과 트레이드를 둘러싼 KBO와 히어로즈의 싸움에서 이택근 선수의 권리는 없다. 히어로즈에게 있어 이택근은 선수가 아니라 상품일 뿐이다. 

이택근이 올해 골든글로브를 수상하고 국가대표 선수가 아니라 2군선수였다고 해도 자신의 뜻과 다르게 이구단 저구단으로 팔려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작년 장원삼 사태와 비슷한 일이 또 벌어진 것이다. 트레이드를 거부할수 있는 권리는 없다. 마치 구단의 노예처럼 저리로 가라면 가야하고 오라면 와야 하는 신세일 뿐이다. 물론 이택근 선수가 히어로즈가 아닌 구단이 탄탄한 엘지에서 뛰는 것이 개인 야구인생에서 좋을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상품처럼 팔려나가고 트레이드과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언론에 보도가 나가는 것은 개인의 인권과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선수협은 손민한 회장의 주도아래 프로야구 선수노조를 결성하기로 했다. 삼성과 일부구단의 반발이 있지만 선수협 총회에서 안건이 통과되었다. 일부 팬과 언론이 반대를 하지만 선수노조를 막을 명분은 적다고 생각한다. 이번 이택근 트레이드 사태를 보더라도 프로야구에서 선수들의 권리가 얼마나 보잘것 없는지 알 수 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는 구닥다리 같은 논리로 팬들과 선수들을 협박하고 기만하는 구단들이 있다. 프로야구가 출범한지 30년이 되어 간다. 10년전의 논리가 아직도 살아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올해 프로야구 6백만 관중 시대가 어찌 구단과 KBO의 힘으로만 이루어진 것인가? 사회적으론 곧 복수노조 시행도 앞두고 있다. 노조 설립 자체를 막을 명분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KBO와 히어로즈의 다툼 사이에서 새우등 신세가 되어버린 이택근. 이제 선수들도 정당한 권리행사를 할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선수도 프로야구의 구성원으로 생각하는 성숙한 한국야구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한국 야구에서 시급한 문제가 구장 현대화와 함께 낡은 제도들을 뜯어 고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9년 히어로즈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프로야구 활성화에 한몫했다. 대형 스타가 없는 구단임에도 성적도 무난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타구단과 모기업이 튼튼하지 않는 이상 작년 장원삼 올해 이택근 사태를 계속 일어날 것이다. 히어로즈의 빅세일 구상은 KBO의 반대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주축 선수를 팔아 구단을 운영하려던 히어로즈의 구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