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다 '루저'발언과 한국 여대생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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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1. 10. 14:57



어젯밤 미수다의 '루저'발언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키작은 남자는 루저라고 말한 본인은 대본대로 이야기 했을뿐이라며 한발 물러났습니다. 하지만 달아오른 여론은 쉽게 식지 않고 있는것 같습니다. 저도 어제 방송을 보았습니다. 문제가 된 부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뭐 저런 생각을 하고 사나'했습니다. 비단 '루저'발언 뿐만 아니라 다른 주제에서도 여성스스로(물론 출연자들의 생각) 자신들의 주체성을 훼손시키는 발언이 아닌가 했습니다.

어제 미수다의 주제는 다분히 문제점이 많았습니다. 미수다는 그동안 한국에 사는 외국인 여성들의 시선으로 본 한국의 장점과 단점을 여과없이 볼수 있어서 인기를 끈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제는 한국 상위권 대학들의 소위 미녀들과 미수다 출연진이 만나 서로 문화차이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연애나 화장법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제와 같은 '루저'발언이 나온 것입니다.

첫번째 문제점은 루저발언을 한 여성보다 제작진에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미수다의 인기가 예전같지 않고 포맷이 고갈되자 좀 더 강한 주제를 찾으려다보니 무리를 한 것입니다. 충분히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편집을 하기는 커녕 친절하게 자막까지 넣어주었습니다. 웃기면 그만이다라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다보니 공익을 생각해야 하는 공영방송의 지상파에서도 비하발언이 여과없이 방송되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어제 출연한 소위 상위권 대학의 여대생들이 대한민국 여성들의 주체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는것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물론 미수다에 나온 여대생들처럼 캠퍼스엔 이쁜 여대생도 많고 연애가 목적이거나 패션에 더 관심이 많은 학생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 대학교에 가보면 온통 취업걱정에 뭐 하나라도 더 배우고 경험하려고 난리도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남자들에게 잘보일까 이런 생각을 하는 여대생들보다 현실은 '당장 졸업하면 뭐하고 살까'일 것입니다.

그런데도 어제 방송만 보면 요즘 여대생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통 연애와 화장 그리고 옷에만 관심이 있는것처럼 그려지고 있습니다. 또한 상당히 수동적으로 보여졌습니다. 반면 외국의 여성들은 어려서부터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고 연애관도 좀 더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보여졌습니다. 이는 문화의 차이가 아니라 출연한 여대생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키작은 남자는 루저'라거나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내야'한다거나를 무슨 대한민국의 문화인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상당히 불편해 보였습니다. '키작은 남자는 루저'라거나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내야'한다거나를 무슨 대한민국의 문화인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상당히 불편해 보였습니다. 

어제 출연한 여대생들의 발언에 외국 출연 여성들이 황당해하거나 발끈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특히 이특이 여자는 원래 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남자가 보호해줘야 한다는 말에 외국 여성들은 발끈했었죠. 문제는 그런 생각을 한국여성들(적어도 어제 출연한 여대생들은)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생김새를 보고 판단하거나 소수자를 비하하는 발언들을 서슴없이 이야기하는 공부 잘하는(?)는 여대생을 보면서 뭔가 씁쓸한 생각이 드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얼굴이 이쁘다고 미녀는 아닐 것입니다. 사회적 약자를 생각할줄 알고 세상을 따뜻하게 볼 줄 아는 그런 미녀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엣지있는 여성을 보기엔 아직은 멀어보입니다. 이쁘고 옷잘입는다고 진정 멋진 여성은 아니겠죠. 좋은 대학을 다니는 여대생들도 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듣고 있자니 정말 제가 손발이 오그라들더군요.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알고 스스로의 주체성을 가져야 진정 멋진 여성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