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와 SK의 한국시리즈, 왜 잠실야구장에서 하나?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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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23. 00:24




요즘 KIA와 SK의 한국시리즈가  따분한 나의 일상에 즐거움을 주고 있다. 오늘은 고향집에 일이 있어 밖에서 돌아다니느라 한국시리즈 중계를 보지 못했다. 여자친구가 틈틈히 문자를 보내줘서 대강의 경기 흐름은 알고 있었지만 중계를 보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다. 매일 매일 아슬아슬한 승부를 펼치는 두팀의 한국시리즈는 모든 게임이 명승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녁 늦게 집에 돌아와 TV와 인터넷으로 녹화중계와 뉴스를 찾아봤다. 내가 응원하고 있는 기아가 이겨서 다행이지만 2연패 후에 2승을 챙긴 SK야 말로 정말 대단한 팀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한국시리즈 2연패를 하면 아무래도 경기능력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변함없이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SK는 타팀과 팬들의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경기 내용은 아니다. 기아 김상현이 수비방해를 했건 안했건 간에 공을 뿌린 SK 나주환의 잘못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미 끝난 경기를 어떻게 하겠는가.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한국시리즈가 왜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려야 했는가이다.

사실 SK와 기아의 한국시리즈에만 관심을 가졌지 어디서 경기가 펼쳐지는지는 관심밖이었다. 아니 당연히 시즌 1위를 한 기아의 안방 광주 무등야구장에서 2게임하고 다시 SK의 문학구장에서 2게임 그리고 다시 광주로 가는줄 알았다. 헌데 오늘 보니 잠실에서 야구를 하고 있는것 아닌가. 광주팀 기아와 인천팀 SK의 한국시리즈가 왜 잠실에서 열릴까? 의문이 들지 않을수가 없다.

SK의 인천팬과 서울에 사는 기아 팬들은 좋을수 있다. 하지만 홈앤드어웨이라고 생각했을때 광주와 인천에서 경기가 펼쳐져야 하는데 잠실에서 5차전이 열린 것이다. 중립지대라고 할수 있지만 그렇다면 대전 한밭구장에서 해야 하는것 아닌가. 더군다나 올 한국시리즈 상대가 SK가 아닌 지방의 구단들 삼성이나 롯데가 올라왔다면 잠실에서의 5차전은 뜬금없는 것이다.

삼성과 롯데가 맞붙었다면 대구와 부산에서 7차전까지 쭉 하는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기아와 SK의 경기도 7차전까지 광주와 인천에서 했어야 맞다. 그게 정정당당한것 아닌가 생각한다. 관중 동원때문이라면 지방 어느 구단이 한국시리즈에 올라와도 아예 1차전부터 잠실이나 사직에서 해야 옳은것인가.

물론, 수년째 공약으로 외친 야구장 신설이 여전히 내년 선거 공약에도 나올 광주는 좌석도 모자르고 시설도 형편없다. 하지만 지역연고제를 하고 있는 한국야구에서 홈구장이 아닌 잠실에서 한국시리즈를 한다는 것은 왠지 잘못된것 같다. 서울에 있는 기아팬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광주에 있느 기아팬이 중요한것이다.

기아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구단들도 야구장 활성화를 위해서라면 서울의 팬이 아닌 그 지역의 팬들에게 한국시리즈를 보여줘야 한다. 멋진 명승부가 연일 펼쳐지는 SK와 기아의 한국시리즈를 광주와 인천구장에서 직접 봐야지 왜 잠실에서 하는 경기를 TV로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안그래도 광주구장은 좌석이 모자라 2게임을 했다고 해도 잠실의 1게임과 같을텐데 말이다.

모든것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대한민국이다. 지방분권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모든것은 서울에 있다. 프로야구까지도 서울로 집중되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정치권에만 세종시 논란이 있는것이 아니다. 돔구장도 좋지만 실질적인 지방구장 현대화가 먼저라고 생각한다. 지방에서도 번듯하고 깨끗한 야구장에서 한국시리즈를 보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