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 소통의 공간인가 간섭의 공간인가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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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21. 23:27


광장을 소통의 공간이라고들 한다. 내가 생각하는 광장은 신나게 뛰어놀고 이야기하고 앉거나 누워서 쉴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대학 캠퍼스의 자유분방한 잔디밭처럼 말이다. 둘러앉아 이야기도 하고 게임도 하고 밤이 되면 술도 한잔 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소통의 공간 광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울엔 이상한 광장이 있다. 오늘 신문을 보니 서울시 '광화문 광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뭔고 하니 광화문 광장이 개장하고 8월 9월 두달간 관리비로 3억이 넘는 금액이 들었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인건비로 쓰였는데 이대로 가면 광화문 광장 관리에 연 20억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고 한다.

연 20억이 넘는 관리비용이 필요한 광장을 왜 만들었을까. 도심 한가운데 푸른 공간만 만들어주면 시민들은 알아서 자율적으로 이야기하고 뛰어놀 수 있는데 말이다. 안그래도 복잡한 광화문 도심 한복판에 이것저것 조형물로 채우지 말고 한강공원처럼 시원하게 푸른 잔디밭과 나무만 심어놓았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광화문 광장은 소통의 공간이 아니다. 광장이 아니라 박물관이다. 잔디밭에 들어가면 뭐라고 하고 전시물을 만지면 뭐라고 하고 1인시위를 해도 뭐라고 하고 기자회견을 해도 잡아가는 간섭의 공간이다. 광화문 광장 인건비 중에 광장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한 CCTV와 통제실 인건비가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는것이 이를 보여준다.

지방도시에 가면 광화문 광장보다 훨씬 경치가 좋고 쉬기 좋은 공원이 많다. 국립공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광화문 광장은 많은 돈과 인력만 투입되었지 그 방향이 잘못되어다는 것이다. 얼마든지 적은 금액과 적은 인력으로 훌륭한 공간을 만들수 있음에도 광화문 광장은 괴물처럼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