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통합 득일까 독일까? 공주시와 부여군 통합논란을 보며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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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26. 21:32


주말을 맞이해 고향(충남 공주)으로 내려왔다. 서울에 있을땐 중앙언론만 봐서 그런지 고향에 '세종시' 관련 문제가 단연 화제일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공주고속버스터미널에 내리자마자 바뀌었다. 물론 여전히 세종시는 공주시를 비롯해 충청지역의 뜨거운 감자이지만 당장 급한 불은 '지자체 통합'문제이다.

전국 여러곳에서 지자체 통합관련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공주시는 부여군과의 통합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 지방의 소도시인 공주시와 그보다 더 작은 농촌지역인 부여군과의 통합때문에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마을 곳곳에 통합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물론 이런 일에 가장 앞장서는 관변단체들의 현수막이어서 시민들중에 다른 의견도 있겠지만 생략된 절차와 지역민심과는 다른 지자체 통합은 괜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것 같다.

정부에서는 무엇보다 행정 효율성때문에 지자체를 통합하려고 하는것 같다. 큰틀에서는 찬성하는 바이다. 지자체마다 똑같은 축제와 잉여 인력들. 효율적이지 못한 운영 때문에 지자체통합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충분한 논의없이 내년 지방선거때문에 서둘러 몇달만에 통합을 하는 것은 후유증이 생기기 마련이다.

또한 공주시와 부여군은 백제라는 몇백년전의 연결고리만 있지 사실 생활권도 전혀 다르고 경제적으로도 통합해봤자 도움이 안되는 것이 사실이다. 간단히 말하면 통합의 근거가 없다는 말이다. 공주시 면적은 수도 서울보다 크다. 거기에 부여군까지 합쳐진다면 얼마나 거대한 시군이 될것인지 상상이 안갈정도이다. 

그렇게 되면 통합의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필요인력은 더욱 늘어나야 하고 지금도 열악한 재정은 통합이후 더욱 악화될 것이다. 공주시 끝에서 부여군 끝까지는 무려 80km가 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지자체 통합으로 효율성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행정의 비효율을 가져오게 될 뿐이다.

또한 정부의 지자체 통합은 상당한 오류가 있다. 두 지역이 모두 찬성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한지역이 원하면 통합 논의를 할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공주시와 부여군의 논란도 살펴보면 정부의 잘못이다. 공주시는 부여군이 한마디 상의도 없이 정부에 통합신청을 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제도를 만든 정부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지자체 통합은 여론조사를 통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외지인이 많고 인구가 많은 수도권의 도시들이야 쉽게 할 수 있지만 농촌지역의 지자체는 수백년동안 고유지명을 가지고 나름의 생활,경제,문화가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쉽지가 않다. 단순히 지도를 펴고 근접한 시군이라고 통합을 진행한다면 상당한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일은 수년, 길게는 수십년동안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통합이 아니라 반대로 더 작게 나눠야 효율성이 생긴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방자치 시대이다. 지역 주민들이 토론하고 결정해야지 중앙정부가 결정해야 할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자체들도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진정 지역과 주민들에게 옳은 일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