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청 남문 녹색광장 개장에 대한 생각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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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8. 4. 17:18


대전에서 대학을 나온 나는 대전이 고향처럼 느껴진다. 대학때문이 아니더라도 한시간 거리에 고향이 있고, 친척과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서울에 있지만 고향 소식만큼이나 대전에 관한 이야기들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주로 인터넷으로 대전에 관한 이야기들을 듣고 있다.

하지만 얼마전부터는 대전시에서 발행하는 <It's Daejeon>라는 월간 소식지를 통해 소식을 듣고 있다. 요즘은 지자체마다 소식지를 발행하고 있는데 대전시의 소식지 내용은 다른곳보다 알차다. 대전시정 홍보뿐만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소개하기 때문이다.

이번 8월달 <It's Daejeon>이 오늘 도착했다. 대전시가 60년이 되었다고 한다. 8월호 <이츠 대전>에서 크게 다룬 이야기는 대전시청 남문 녹색광장이 개장했다는 소식이다. 남문광장은 원래 석재 타일이 깔려 있었는데 철거하로 잔디를 식재했다고 한다. 요즘 전국적으로 유행하는 형태의 광장이다.

애초 대전시청을 건설할때 친환경적으로 건설했므면 좋았을텐데 멀쩡한 석재 타일을 걷어내고 잔디를 까는 것도 시민의 세금이니 아깝기만 하다. 100년을 내다보는 행정이 필요한 것 같다. 멀쩡한 석재 타일을 걷어내면서까지 잔디를 심었어야 했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도심에 푸른 잔디가 깔리는 것은 보기에도 좋고, 환경에도 좋다. 한 여름 열섬현상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하니 앞으로 대전시에 녹지가 많아졌으면 한다. 하지만 멀쩡한 산을 깍아 개발하고, 계룡산 국립공원 근처에도 우후죽순으로 개발이 되는 것을 보면 뭔가 앞뒤가 바뀐 것 같다. 아무리 잔디를 심어 열섬 현상 방지를 한다한들 멀쩡한 녹지들이 개발되는데 무슨 소용일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대전시가 시청앞 광장에 잔디를 깔아 개방한다고 하니 생각나는 것이 하나 있다. 마침 서울에선 며칠전에 광화문 광장을 개장했다. 조선시대 행정의 중심이었던 광화문 앞이 근대화 과정에서 넓은 자동차 도로가 되었는데, 넓은 광장으로 시민의 곁으로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광화문 광장과 서울광장은 완전한 광장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한다는 광장 본연의 뜻은 온데간데 없고 경찰의 감시와 버스의 봉쇄만 남아있다. 대전시 남문광장은 시민들의 작은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는 자세가 되면 좋겠다.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하소연보다는 시민의 목소리를 가까운 곳에서 듣고 있다는 자랑을 듣고 싶다.

서울시청 광장의 2배라고 하니 정말 넓은 규모이다. 하지만 들어갈 수 없고 마음대로 이야기할 수 없는 광장이라면 그 광장은 더이상 광장이 아닌 공원일뿐이다. 박제화되고, 죽은 광장일뿐이다. 광장은 참여하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소재만 석재타일에서 잔디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대전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살아 있는 광장으로 탈바꿈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