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무현을 추억하다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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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5. 25. 15:20


노무현. 그 이름 석자가 이렇게 큰 줄은 몰랐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도 이틀이 지났습니다. 대한민국은 큰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곳곳에 분향소가 설치되고, 조문 행렬이 끊이지 않습니다. 노무현의 죽음은 저에게 많은 고민거리를 안겨줬습니다. 이틀동안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누가 죽였을까? 왜 죽었을까?' 에서 부터 '앞으로 대한민국의 정치와 사회는 어떻게 굴러 갈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이틀동안 제일 많이 들은 이야기는 '그의 정책은 반대했지만 인간적으로 너무 안됐다'라는 말이었습니다.

노무현, 어렸을땐 잘 몰랐습니다. 집에서 TV를 보다가 우연히 5공청문회에 나온 국회의원 노무현의 이름이 언뜻 생각날 뿐입니다. 내가 노무현이란 사람을 알게 된건 지난 대선때입니다. 저는 당시 군대에 있었습니다.

민주당의 이인제 후보가 1위를 하고 있었고, 노무현은 신선하고 남들보다 튀긴 하지만 대선 후보로 결정되리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경선 과정에서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나고 그는 대선후보가 됩니다. 후보가 되고서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대통령으로 당선이 됩니다. 사실 저도 노무현을 찍었습니다.

노무현. 기호 2번을 찍기까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애초부터 이회창은 마음에 없었기 때문에 관심 밖이었으나 갈등의 원인은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를 찍을까 노무현을 찍을까의 고민이었습니다. 당시 민노당의 당원이 아니었지만 지역정당인 민주당보다는 정책도 마음에 들고 진정 서민을 위한 정당은 민주노동당이란 생각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선거기간 이회창 후보가 앞서나가고 사표를 방지하자는 속셈에 노무현을 찍고 말았습니다. 후에 많은 후회를 했습니다. 권영길 후보를 찍지 못한 후회이죠.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는 순간 저도 많이 기뻐했습니다만, 비판적 지지라는 것이 허무하다는걸 김대중 대통령을 보면서 알았기 때문에 마치 독이 든 사과를 먹은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참여정부가 출범하고 전 많은 실망을 했습니다. 측근들의 부패와 반 노동자적인 정책들. 그리고 두 농민과 많은 노동자들의 죽음. 너덜너덜해진 사학법과 국가보안법의 유지로 인해 저의 마음은 완전히 돌아섰습니다. 그때부터 저의 정치적 신념은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간적인 면모나 주류에 도전해온 정신과 탈지역주의 정신은 높이 사지만 아직도 참여정부의 여러 실정과 오락가락한 정책들은 실망감을 가지기에 충분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노무현 같은 정치인이 나올 수 있을까요? 그만큼 사랑을 받은 정치인이 있을수 있을까요?

적어도 저에게 있어서는 노무현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합니다. 비판적 지지를 할 만한 사람도 없거니와 그런 사람이 출마를 한다고 해도 비판적 지지라는걸 할 생각도 없습니다. 두번 속았는데 세번 속긴 싫거든요. 그래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더 슬플지도 모르겠습니다. 도로 지역정당이 되버린 민주당, 한나라당과 구분하기 힘든 민주당을 어떻게 지지할 수 있겠습니까.

저의 기억속에서 미운정 고운정 다 든 노무현 대통령님 수고하셨습니다. 좋은 곳에서 편히 잠드세요.

2009/05/26 - [따뜻한 시선] - 충남 공주의 노무현 전 대통령 애도물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