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불꽃놀이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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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5. 24. 00:30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날입니다. 아침에 소식을 듣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자는 아닙니다. 오히려 그의 집권 내내 비판자에 가까웠습니다. 주류에 도전해 온 그의 인생은 존경하지만 참여정부의 여러 실정에 실망했기 때문입니다.

주말을 맞아 고향 충남 공주에 내려왔습니다. 주말에 아는 지인의 일을 도와줘야 하기 때문에 뉴스도 제대로 접하지 못하고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동하는 차안에서 라디오로 속보를 계속 들었습니다. 공주에서도 민주당과 시민단체에서 분향소를 마련한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습니다.

여야를 떠나서 그리고 지역과 이념을 넘어서 전직 대통령이 자살했다는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입니다. 앞으로 할 일이 얼마나 많이 남았는데 생을 스스로 마감하다니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일을 마치고 아는 분의 호프집에 들렀지만 계속 앉아 있기만 했습니다. 손님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하더군요. 저는 술 맛 마저 나지 않았습니다.

한참 생각에 잠겨 있는데, 밖에서 대포 소리가 들리더군요. 불꽃놀이 소리였습니다. 오늘 공주에서는 한 단체에서 주관한 청소년축제가 벌어져서 인기가수들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낮에 접한 보도에 의하면 강릉의 단오제는 개막식 불꽃놀이를 취소했다는군요.

대통령이 목숨을 끊어 나라가 뒤숭숭하고, 온 국민이 애도의 물결을 이루는데 저게 할 짓인가 싶더라구요. 국장을 하느니 국민장을 하느니 하는데 말입니다. 청소년들의 축제도 좋지만, 오늘만은 좀 참았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화려한 불꽃놀이도 오늘만은 반갑지 않은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