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대통령 동상, 남산 자유총연맹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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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9. 22. 12:18

남산 국립극장 앞엔 한국자유총연맹이 있다. 동대입구역에서 남산순환투어 버스를 타고 가다가 국립극장 앞에서 내리면 자유총연맹 건물이 보인다. 가끔 지나가다가 본 것이 전부이고 실제로 방문해보기는 처음이다. 차들도 별로 없고 사람도 별로 없고 서울 한복판에 공기도 좋고 산책하기도 좋아 보였다. 건널목을 건너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한낮에 시원한 옷차림을 하고 조깅을 하는 젊은 처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자유총연맹 하면 역사가 오래된 보수단체이다. 진보쪽에선 싫어하기도 하고 가끔 시대에 뒤떨어진 행동이나 발언을 해서 물의(?)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중에 자유총연맹이 이번에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의 동상을 세워 논란을 일으켰다. 일부에선 독재자의 동상을 세운다고 해서 반발하기도 했다. 특히 4.19 혁명 유가족들의 반발이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 예전에 일부 진보진영에서 맥아더 장군 동상을 없애려고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식의 역사청산에 대해선 반대한다. 경복궁 앞의 중앙청 건물도 일제식민지 총독부였다고해서 멀쩡한 건물을 폭파한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 역사의 아픔도 역사의 한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총독부 건물은 근대건축물로써 문화재적 가치도 있었다. 그렇다고 경복궁 앞에 자리잡고 있는 건물을 그대로 두기도 적절하지 않으니 내 생각엔 어느 자리로 이전해 후대에게 일제 식민지 역사를 공부할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했으면 좋았을텐데 대국민 이벤트로 문민정부에서 폭파해버린 것이다.

맥아더 장군의 동상도 그렇고 가장 큰 논란을 낳고 있는 박정희 기념관도 지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 칭찬 일색의 내용이 아니라 그의 공과를 살펴볼수 있는 기념관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마음에 안든다고 무조건 폭파하고 없애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백제의 수도였던 공주나 부여에 가보면 남아있는 문화재가 거의 없다. 패배자의 역사는 없애야 할 대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을 좀 달리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자유총연맹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이승만 박사의 동상을 만날수 있다. 동상을 만드는것 까지는 이해하겠는데 마치 김일성이나 동구의 독재자처럼 만든 그들의 미학적 촌스러움에는 안타까움을 보낸다. 동상의 색깔이며 이승만 대통령의 수령님 같은 포즈이며....

독재자 자체도 문제이지만 돌이켜 보면 그 주변에 있던 부패한 보좌진들이 더 큰 문제인것 같다. 실제 노태우의 회고록에서 보면 50년대 이승만은 이미 고령에 정신도 맑지 않았던것 같다. 그런 그를 이용해 자신들의 권력욕을 채운 주변의 정부관료와 정치인들이 더 나쁜 사람들 같다. 

 


이승만 대통령의 활약상인데, 칭찬일색이라서 좀 아쉽다. 이승만 대통령은 특히 극과극의 평가가 많은데 언제쯤 우리나라에서도 균형잡힌 평가를 받을수 있는 날이 올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승만이 대통령이 되기전 '민위방본' 즉, 국민이 나라의 근본이라고 했다는데 후에 국민들에게 쫓겨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 망명생활을 해야 했던 그의 인생이 기구하다.

 

남산에 있는 자유총연맹 건물과 입구의 모습이다. 남산 구경도 하면서 잠시 둘러보는것도 크게 나쁘지 않을것 같다. 역사에 꼭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