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게이트 그리고 야구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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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4. 15. 18:35

'박연차 게이트' '장자연 게이트' '강금원 게이트'
요즘 언론매체에서는 연일 'ㅇㅇ게이트'와 관련된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과히 '게이트'의 전성시대라고 할만큼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게이트'라고 할만한 사건이 야구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베이스볼 게이트'라고 해도 될 이번 사건은 한국야구의 오래된 잘못된 관습중의 하나이다.

오늘자 스포츠면 기사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야구 부정입학'관련 사건이다. 유명 프로선수 출신 고교 감독이 대학진학을 미끼로 학부모에게 거액을 받았다는 것이 기사의 핵심이다. 사실 이 문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학생의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감독에게 전권이 쥐어진 한국고교야구에서 감독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다. 감독의 요구에 따라 학부모는 돈을 바쳐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감독만 나무랄 수 없는 고교야구 시스템의 문제도 있다. 성적순으로 대학에 진출할 수 있는 현실과 짦은 계약기간과 박봉의 현실에서 감독은 검은 유혹에 빠질 수 밖에 없다. 



프로의 세계가 다들 그렇지만 프로선수가 되기는 무척이나 어렵다. 50개의 고교팀에서 프로선수가 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이다. 프로 진출은 커녕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고교야구 선수가 태반이다. 이에 학부모는 자식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게 된다. 선수의 성장보다는 팀의 성적을 위해 야구를 하다보니 어린 나이에 부상을 당해 야구를 그만두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학원 야구 시스템의 전반적인 개혁이 없이는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질 수가 없다.
 
야구부가 있는 학교에 다녔던 나는 같은 반이었던 야구부 친구의 얼굴이 기억나질 않는다. 사실 이름도 가물가물하다. 그 친구의 책상은 항상 비어 있었다. 아침 조회에 참석만 하고 바로 그라운드로 가서 하루종일 야구만 했기 때문이다. 상급학교로 진학하지 못하고 중간에 야구를 그만둔 그 친구는 후에 지역에서 건달이 되었다. 이것이 우리나라 학원 스포츠의 현실이다. 학원 야구가 그동안   

WBC를 통해 세계야구에 대해 '우리도 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변방의 야구가 아닌 세계의 중심으로 설 수 있는 계기를 맞았다. 덩달아 프로야구도 시즌을 개막하자마자 만원사례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반면 이번 사건처럼 수년간 곪아온 것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야구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이런 사건들은 한국 스포츠의 자화상이다. 겉으론 올림픽과 월드컵에서 빛나는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인기스포츠에 집중된 인기와 지원, 엘리트 중심의 스포츠 정책은 한국 스포츠의 또 다른 면이다. 야구장 시설과 환경 개선등의 하드웨어적인 개선도 시급하지만 유소년 육성과 스포츠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할 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