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존, 이라크와 미국 악의축은 어디인가?

흑백테레비

·

2010. 4. 3. 10:00

사담후세인이 숨겨놓은 대량살상무기를 찾으러 갔던 미군은 여전히 이라크에서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의 원인을 제공해주었던 대량살상무기도 찾지 못했고, 독재자였던 사담후세인도 사형을 당했지만 여전히 이라크는 혼란속에 있다. 수많은 미군과 이라크인들이 죽어갔지만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오바마 대통령 취임이후에도 미군은 여전히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미군의 주장과는 다르게 우리는 석유때문에 침공했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다. 그들이 제거의 대상으로 삼고 끝내 사형을 시킨 사담 후세인도 사실은 미국이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그의 독재를 방조하고 도와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라크를 악의축으로 키워준것도 미국이고,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전파하겠다고 전쟁을 일으킨것도 미국이다.


자신들의 이익과 입맛에 맞으면 그 어떤 독재자라도 지원하고 또한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면 민주주의라는 이름아래 제거해 버리는게 미국이었다. 남미와 중동의 많은 사례가 미국의 만행을 증명해주고 있다. 영화 <그린존>은 이제 식상하다고 느낄수도 있는 이라크 전쟁을 다룬 영화이다. 이라크 전쟁은 아직도 현실이지만 사람들에겐 이젠 익숙한 단어가 되어 버렸다. 미군과 이라크 반군이 몇명이 죽었다고 해도 이젠 우리는 눈하나 깜짝 안할정도로 면역이 된 단어이다.

주인공 밀러(맷 데이먼)는 대량살상무기를 찾는 작전이 계속 실패하자 정보를 의심하게 된다. 그 거짓 정보의 뒤에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거짓 정보를 만들고(미국 고위 간부),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고 그 권좌를 빼앗으려 미국과 협력한 이라크 장군까지 다들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움직인다.

전쟁을 일으킨 미국을 대변하는 파운드스톤과 이라크의 재건은 이라크군이 해야 한다며 알라위 장군을 보호하려는 CIA 국장, 그리고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CIA 국장과 함께 파운드스톤의 잘못을 캐는 밀러. 하지만 결국 이라크인 프레디는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해결하고 싶다" "미군의 도움은 필요없다"라고 말한다.

민중가요중에 이런 노래가 있다. "일본놈들이 쫓겨나가고 미국놈들 들어와서 해방인줄 알았더니 그놈이 그놈이더라~~" 사담 후세인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엔 미군과 대리인들이 대신하고 있을 뿐이다. 여전히 이라크인들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근본적인 무언가가 변화하지 않는 이상 이라크의 상황은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실감나는 영상과 짜임새 있는 액션. 그리고 시사점을 던져주는 시나리오가 적절하게 버무러져 있는 영화이다. 오락적 재미는 좀 덜해서 단순 전쟁영화인줄 보는 분들은 실망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