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수리, 돈내고 AS 받으면 바보?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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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2. 2. 16:32

본 이미지는 내용과 상관이 없습니다


# 장면1. 세탁기에 넣은 휴대폰 공짜로 수리

2년전쯤 일이다. 여름에 세탁기로 빨래를 했는데 여자친구가 핸드폰을 같이 넣어버린 것이다. 물에 완전히 젖은 핸드폰을 수건으로 닦아보기도 하고 드라이로 말려보기도 했지만 핸드폰은 결국 사망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A/S센터로 갔다. 예전부터 사용자의 과실로 인한 핸드폰 고장은 무상A/S가 안된다고 들었지만 산지도 3개월 밖에 안되었기 때문에 무작정 A/S센터로 갔다.

다른 고장이었다면 나때문에 고장난 것이 아니라고 어떻게 우겨볼텐데 세탁기에 넣고 돌려버린 것이니 그럴수도 없었다. 그런데 뜻밖에 A/S센터에서 무상으로 보드와 액정을 교체해준다고 했다. 사실상 핸드폰에서 보드와 액정 교체라는 것은 핸드폰 전체를 바꿔주는 것일텐데 그렇게 해주겠다고 했다.

원래는 A/S센터에서는 소비자 과실이기때문에 유료 수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18만원 주고 산 핸드폰을 그보다 더 돈을 주고 고쳐야할 위기였다. 하지만 그 돈이면 차라리 위약금을 물더라도 한대 사는게 낫다는 결론을 내리고 비싸서 못고치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A/S센터에서 구입기간도 얼마되지 않고 서비스도 처음이니 무상으로 고쳐준다고 한 것이다.

# 장면 2. 카메라 기능 고장난 휴대폰도 무상으로 수리
그 일이 있은 후에 핸드폰을 교체했다. 그런데 갑자기 카메라가 작동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핸드폰 카메라를 별로 쓸일이 없어서 잊고 지냈다. 무상 A/S기간이 지났는데도 전화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제 종로에 갈일이 있어 지나가다 마침 서비스센터가 보이길래 들어갔다.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말하고 수리를 기다렸다. 케이블이 끊어져서 그렇다고 약 3만원의 수리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쓰지도 않는 카메라 기능때문에 3만원의 돈을 지불하기는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치지 않겠다고 말하니 그때서야 무상수리를 해주겠다고 한다. 명목은 무상A/S 기간은 지났지만 처음 서비스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무상으로 해주겠다고 했지만 기분은 영 좋지 않았다.

# 돈내고 핸드폰 수리하면 바보?
위 두번의 일로 인해서 핸드폰 수리를 유료로 하면 바보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어차피 무료로 고쳐줄수 있는 것이라면 처음부터 떠보지 말고 무상으로 고쳐주어야 하는것 아닌가? 보드와 액정의 교체는 문제가 다르겠지만 고작 케이블이 끊어진 3만원 이하의 금액을 소비자에게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다.

요즘은 핸드폰 교체 주기가 무척이나 짧다. 짦으면 몇달 길어야 2년일 것이다. 2년간 핸드폰이 고장나지 않게 잘 만들던지 아니면 2년으로 무상A/S 기간을 늘리는 것이 맞는것 같다. 고객에게 일단 수리비를 요구하고 고객이 거부하면 그때서야 무상으로 고쳐주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이다.

두번의 일은 겪은 나는 이제 서비스를 받을 일이 있으면 일단은 고치지 않겠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면 어떤식으로든 반응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이 퍼지다보면 소비자도 손해이고 제조사나 통신사도 손해일 것이다. 핸드폰 카메라가 고장났다고 3만원을 지불하는 소비자는 바보가 되고 나와 같이 운이 좋은 사람은 3만원을 내지 않고 무상으로 고칠수 있다는 것이다.

핸드폰 시장은 전쟁이라고 할만큼 통신사와 제조사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거디가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들이 쏟아지면서 경쟁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일단 판매만 하고 보자는 식의 마케팅이 아니라 소바지들에게 감동을 주는 마케팅을 했으면 좋겠다. 때문에 A/S 같은 사후 서비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수리를 해주고도 욕을 먹는다면 휴대폰 제조사 입장에서도 손해일 것이다.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A/S정책과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