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도 88만원 세대이다.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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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4. 5. 03:22

세상의 이치는 빛나는 곳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반드시 존재하게 마련이다. 다이아몬드의 화려함 뒤에는 아프리카 소년소녀들의 눈물이 맺혀 있고, 스타벅스의 맛에는 빈국 노동자들의 값싼 노동력이 녹아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가 즐겨 신는 나이키도 베트남 노동자들의 착취로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이야기다.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이 대열에는 우리가 자랑스러워 하는 한국기업들도 동남아의 피땀을 먹고 자라고 있다. 서울모터쇼의 화려함 뒤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땀이 밑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뭐, 부끄러워 하거나 기분 나빠할 필요는 없다.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의 이치니까. 개개인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이 양면성은 스포츠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김연아의 우승에 환호할때 아직 많은 피겨 선수를 비롯한 비인기종목 선수들은 당장 생계[각주:1]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얼마전 WBC 준우승으로 대한민국을 야구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던 야구도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 선수 이치로의 연봉이 우리나라 선수들 연봉 총액보다 훨씬 많다는게 이슈가 되었다. 2009 프로야구에서 연봉 1위는 총 3명인데 7억원이다. 대표팀을 비롯해 팀의 주전급 선수들은 대부분 1억원을 상회한다. 상위 랭킹 몇명만 놓고 본다면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적은 돈은 분명 아닐 것이다. 평균이 8000만원 정도이니 많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은퇴를 젊은 나이
(30대 후반)에 하고 야구 관련 직장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해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 선수들이다.

2009년 프로야구 연봉 순위

순위

이름()

포지션

연봉()

1

동주(두산)

내야수

7

손민한(롯데)

투수

7

양준혁(삼성)

외야수

7

4

박진만(삼성)

내야수

6

5

장성호(KIA)

내야수

55000

6

김재현(SK)

외야수

5

이호준(SK)

내야수

5

진갑용(삼성)

포수

5

박명환(LG)

투수

5

◎ 2009 프로야구가 4월 4일 화려하게 개막했다. WBC 이후라 더욱 기대되는 한해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 선수들에게 1억원이라는 수치는 은퇴할때까지 만져보지 못할 금액이다. 고교 팀이 50개 밖에 안되지만 졸업생은 매년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프로팀은 그보다 더 적은 8개 구단. 고교선수중에 프로까지 진출하는 선수들은 얼마나 될까? 많아야 팀당 2~3명일 것이다. 그럼 나머지는 대학을 가야 하는데 대학에 들어가기도 만만치 않다. 결국 초등학교때부터 야구만 했던 선수들은 공중에 붕 뜨게 되는 것이다[각주:2]. 프로까지 왔다고 김태균이나 김광현처럼 다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유망주라도 프로에 와서 2군으로 가거나 부상으로 중간에 짐을 싸야 할 수도 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프로야구 2군 선수들의 최저 연봉은 2천만원이 조금 넘는다. 신고선수나 연습생은 그보다 더 적은 금액을 받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더군다나 그들은 계약직 아닌가. 겉으론 화려하게 보이지만 항상 부상의 위험과 미래에 대한 불안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장종훈의 연습생 신화는 정말 신화일지도 모른다.

◎ 2008년 춘천에서 열린 2군 올스타전. 한국 야구의 미래이자 소중한 자산이다.

일부 고액 연봉자들만 두고 봤을땐 많은 돈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프로야구 선수들의 실상은 아직 우리나라가 야구 저변확대가 멀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 나라의 복지 수준이나 행복은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들이 행복해야 일반인의 삶의 질도 높아진다고 한다. 대한민국 야구가 세계최강이 되려거든 2군 선수들의 복지 수준이 더 높아져야 할 것이다. 2군 선수들을 위한 연습구장 하나 제대로 없고 대우도 형편 없는 지금[각주:3], 3회 WBC에서 우승을 바라는건 우리의 과도한 욕심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봉중근의 멋진 투구 모습과 김태균의 시원한 홈런을 보며 제2의 봉중근 김태균의 꿈을 키우는 어린 선수들에게 희망을 주는 첫 걸음도 2군 선수들의 복지 향상일 것이다.

ps. 프로야구 2군에 대한 더 자세한 뉴스가 있더군요. 좀 지난 기사이긴 하지만 그때와 비교해 나아진것은 없어보입니다.
아래 링크로 들어가보세요.
http://cafe.naver.com/koreaserie.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460

  1. 예전 자메이카의 봅슬레이팀을 영화화한 쿨러닝을 재밌게 신기하게 봤는데, 그게 우리나라 봅슬레이팀의 현실이 될줄은 꿈에도 몰랐다. [본문으로]
  2. 야구부가 있는 학교가 있는 학교를 다니 나는 야구부 친구들이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했을 경우 엉뚱한 길로 발을 들여놓는 일을 수차례 목격했다. [본문으로]
  3. 심지어 기록도 2군 선수들이 하고 전광판 스코어 기록도 선수가 하기도 한다고 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