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스포츠일뿐 오해하지 말자!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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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4. 3. 10:46

블로거뉴스를 보다가 맘팅님의 '축구협회는 스스로 FIAFA에 재경기를 요청하라'는 어이없는 글을 읽고 이 글을 쓴다. 글의 내용은 이거다. 남북이 같은 민족이고 남아공 월드컵보다 통일이 더 중요하므로 재경기를 요청하는게 통일로 가는 밑거름이 될 거라는 이상한 논리를 말하고 있다. 글을 쓴 분이 축구에 대한 기본지식이 없어서 일 수도 있지만 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잘 못 깔려 있는 것 같다. 엊그제의 경기는 친선경기가 아닌 A매치 였다. 결과를 되돌릴 수도 없고 그런 전례도 없다. 잘못된 판정마저 승복하는게 스포츠 아닌가? WBC에서 심판들의 들쭉날쭉한 스트라이크존으로 우리가 득을 본 경기도 있었고 결승전처럼 피해를 본 경기도 있는게 그게 스포츠다. 이 전제가 깔리지 않는 한 모든 종목에서 판정 시비는 반복될 것이다. 심판도 인간이기 때문에 이런 전제가 깔려야 공정한 승부가 된다.

스포츠를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는건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그게 통일이라고 해도 말이다. 통일을 위해서 북한과 무승부를 했어야 평화가 온다는 건가? 그럼 아예 10:0으로 져주는건 어떤가? 무엇이 더 공정하고 통일을 위한 경기였을까? 남북이 최선을 다해 게임을 하고 결과에 만족하면 그게 통일을 위한 길 아닌가? 김연아를 이용한다고 욕먹는 한나라당과 맘팅님의 주장이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맘팅님 주장처럼 엊그제 축구에서 게임보다 통일이 중요하다면 WBC와 김연아를 이용한다고 욕먹은 이명박은 도대체 왜 욕을 먹고 있는건가? 우리들의 시기와 질투일뿐인가? 겉으론 일본의 우경화를 비난하면서 북핵을 옹호하고 이명박 정권을 비난하면서 그들과 똑같이 스포츠에서 뭔가를 찾아내어 이용하려는 세력들에게 정신 좀 차리라고 말하고 싶다.     

WBC에서 일본이 불공정한 게임을 했다고 나까지마와 이치로가 수많은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는 결과에 승복했다. 그게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스포츠에 민족성이나 정치적 목적이 투영됐을때 스포츠는 더 이상 스포츠가 아니다. 야구는 야구 자체에 축구는 축구 자체에서 그 재미를 찾아야 한다. 물론 라이벌 구도가 더 재미있고, 긴장감을 불러오지만 스포츠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나는 스포츠 선수들이 과도하게 '조국을 위해 뛴다''태극마크에 몸을 바치겠다'라는 소리에도 웃음이 나오지만 그것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겠다든지, 통일의 밑거름이 된다든지 하는 말에는 더욱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

나도 소위 말하면 빨갱이라면 빨갱이지만 스포츠에서까지 정치적 적대감이나 민족적 동질감을 느끼려 하고 해소하려는 행위에 우려를 느낀다. 일부의 이런 개념없는 주장들이 진보의 주장처럼 비춰질까 우려가 된다. 정대세의 골은 나도 안타까웠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스포츠는 스포츠다. 오해지마 말길.

'극좌와 극우는 통한다'라는 말이 새삼 무섭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