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 발표, 정치권의 선택은?
흑백테레비
·2010. 1. 11. 20:24
지난해말부터 정국의 태풍이었던 세종시 수정. 세종시 수정안이 드디어 오늘 발표되었다. 세종시 수정을 추진한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총리는 만족해 하는 모습이다. 삼성을 비롯한 롯데,한화,웅진등의 대기업들이 대거 진출을 확정했고 고려대와 카이스트의 대학들도 세종시 입주를 확정했다. 세종시 수정안이 통과된다면 세종시는 이제 행정도시가 아니라 교육과학도시로 바꿔게 된다. 정부는 대기업들의 진출로 세종시 원안보다 고용효과도 더 크고 자족기능도 충족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
하지만 벌써부터 충청권에선 '알맹이가 빠진 수정안'이라며 반대론이 우세하다. 아울러 한나라당의 친박계와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세종시 수정 움직임에 사활을 걸 것이다. 2010년은 정치권에게 아주 중요한 한해이다. 반환점을 돈 이명박 정부의 안정적인 집권 후반기를 위해선 올 한해가 중요하다. 하지만 연초부터 터져나온 세종시 문제로 인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2010년 세종시 폭탄이 향후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해 본다.
1. 한나라당의 갈등
세종시 수정이 본격화되자 박근혜 의원은 오히려 원안+α를 주장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수정안을 채택해도 찬성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박근혜는 세종시가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꼭 지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나라당 대표시절 당론으로 채택한 세종시 건설을 수정하는것을 반대하고 있다. 반면 친이계 의원들은 당론이라도 환경변화에 따라 바뀔수 있다며 친박계를 압박하고 있다. 이는 향후 지방선거와 당권을 둘러싼 전초전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하자 한나라당은 큰 고민에 빠질수밖에 없다. 앞으로 선거를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정당으로써 세종시 문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세종시 문제는 한나라당 내에서도 당분간 뜨거운 감자일 것이다. 세종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한나라당 내의 질서가 재편될 것이다.
2. 6.2 동시지방선거
오는 6월 2일 지방선거는 사상최대규모의 지방선거이다. 지난 총선에서 자유선진당이 휩쓸었지만 한나라당의 입김도 크게 작용하는 지역이 바로 충청권이다. 정국의 주도권을 잡고 대선에서 유리한 지점을 선점하기 위해서라도 충청권에서의 어느정당에게나 꼭 필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세종시 수정으로 한나라당 소속의 이완구 지사가 사퇴했고 대전시장 선거도 한치앞을 내다볼수 없을 정도로 치열하다.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정부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충청권에서 한나라당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게 흐를 것이다.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충청권에서 완패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안정적인 후반기와 정국운영을 위해서라도 지방선거에서 승리는 필요하다. 하지만 세종시에서 시작한 반 한나라당 정서가 얼마만큼 파급효과를 가져올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세종시 수정에 대한 후폭풍은 충청권을 넘어 수도권까지 향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3. 남은 이야기
세종시 수정안 발표는 충청권 민심의 분열을 가져올 것이다. 이 부분은 청와대와 정부가 가장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친이계 사모임과 보수단체들은 충청권 민심과는 다르게 세종시 수정을 찬성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의 세종시 진출은 충청권의 가장 약한 고리를 공략한 것이다. 어려운 지방경제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한꺼번에 온다는 것은 분명 흔들릴만한 사안이다.
충청권 민심은 적잖히 흔들릴 것이고 '어차피 안될 세종시에 대기업이 오면 좋은것 아닌가?'하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다. 이 부분이 청와대와 정부가 노리는 효과일 것이다. 하지만 행정도시라는 '알맹이'가 빠진 세종시 수정안은 그 어떤 대책을 내놓더라도 분노하는 충청권을 가라앉히기 힘들 것이다. 신뢰가 실종된 정부의 정책은 언제든지 다시 수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마저 사과한마디로 하루아침에 바뀌는데 기업들의 약속은 믿을수 있을까? 다시 정권이 바뀌면 세종시의 운명은 또 다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역차별을 불러오고 일부기업에 특혜를 주는 세종시 수정안은 논란과 분열만 일으키고 통과되기 힘들 것이다. 수정안 발표로 세종시 문제는 일단락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된 것이다. 정치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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