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시가 될 세종시의 운명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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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 6. 20:59

며칠후면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될 것이라고 한다. 벌써부터 언론을 통해 많은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큰 이슈는 '과연 어느 기업이 세종시에 올 것이냐'이다. 정운찬 총리가 주도하고 있는 세종시 수정안은 정부이전을 백지화하고 대신 기업과 교육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민관합동위원회와 언론에 의하면 세종시에 입주할 대학교들은 내부적으로 정해진 모양이고 기업들만 내부 조율을 하고 있는것 같다.

그중에서 '한국 최고이자 세계적인 기업 삼성그룹이 과연 세종시에 올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언론에 의하면 삼성이 세종시로 일부 계열사를 이전하는 것은 기정사실처럼 말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올것인가 아니면 삼성그룹의 다른 계열사가 올것인가가 문제라고 한다. 이는 세종시 수정으로 반발하는 충청지역민들에게 삼성그룹 계열사 보내서 고용해줄테니 조용히 하라는 의미이다. 삼성그룹이 이주하니 이제 그만 반발하고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세종시 수정에 대한 찬반은 둘째치고 과연 삼성그룹 계열사의 이전으로 세종시 문제가 해결될 것이며, 특정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정부는 얼마전 세종시 부지를 주위 산업단지 부지에 비해 아주 싼값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각종 세금도 면제해주고 보조금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국엔 많은 공단들이 부지만 조성해놓고 입주 기업이 없어서 텅텅비어있다. 그런데도 곳곳에 추가로 공단부지를 조성하고 있다. 그런데도 세종시에 입주하는 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 처사이다.

이는 또 하나의 역차별이자 지역분권발전을 저해하는 행위이다. 정부의 이번 발표로 수도권 대 지방의 다툼이 수도권 대 지방과 지방의 다툼이 될 확률이 커졌다. 국론분열을 정부가 앞장서서 하고 있는 것이다. 연말 삼성 이건희 전 회장의 사면이 있었다. 특정 1인에 대한 사면을 두고 많은 말들이 있었다. 그중에 이번 사면이 세종시 빅딜과 관련이 있지 않느냐는 말이 있었다. 그런데 새해가 되자마자 삼성그룹이 세종시에 관심이 있다고 발표했다. 우연이라고 생각하기엔 상관관계가 심상치 않는 사건의 연속이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는 이제 삼성시가 될 것이다. 세종시 수정을 위한 정부의 모든 움직임이 삼성그룹을 유치하고 삼성그룹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만약 삼성그룹이 세종시로 옮긴다면 글로벌 기업에 맞지 않는 비즈니스이다. 이미 천안과 아산에 대규모의 공장이 있고 빈 부지도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이유로 뜬금없이 세종시에 공장을 짓겠다면 그게 세계적인 기업의 모습인가? 싼 땅값과 세제지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불필요한 투자를 하는 기업에게 밝은 미래가 있다고 말할수 있을까?

울산시는 현대시라고 불릴만큼 현대라는 기업에 의존도가 높다. 대기업이 있는 만큼 전국에서 손꼽힐만큼 평균소득이 높은 장점도 있지만 정씨 일가에 휘둘리는 좋지 않은 모습도 볼 수 있다. 삼성시가 될 세종시가 제대로된 자족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충청도민과 국민들이 바라는 세종시의 바람직한 모습은 아닐 것이다. 국가를 위해 세종시 건설부지의 원주민들은 조상 대대로 살던 곳을 순순히 내놓고 떠났다. 하지만 지금 세종시는 특정 기업에게 땡처리 되듯 팔릴 위기에 처해 있다.

이대로 세종시 수정안이 통과되고 삼성그룹을 비롯한 각종 기업이 들어선다면 세종시 이름부터 바꿔야 할 것이다. 누더기가 된 세종시에 세종이란 이름은 더 이상 어울리지 않을 뿐이다. 차라리 솔직하게 삼성시나 이건희시로 하는 것이 더욱 어울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