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방청객체험, 웃고 박수치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줄이야

세상 이것저것에 대한 호기심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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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1. 1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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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4758 by Meryl Ko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TV를 보면서 방청객들의 과도한 웃음과 박수 소리가 귀에 거슬리기도 하고 프로그램 분위기 띄우려고 참 노력한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예전에는 '유머1번지' 같은 프로그램은 기계적인 웃음소리를 넣었지만 이제는 실제 방청객들의 웃음소리를 같이 녹화하고 있다. 과도한 웃음소리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오겠지만 적당한 웃음소리는 프로그램을 재밌게 하는 양념인것 같기도 하다.

나도 몇번 공개방송 방청객으로 참여해봐서 녹화 방식은 어느정도 알고 있다. 그런데 우연히 비공개 방송 녹화의 방청객으로 가는 기회가 생겨 가보았다. 공개방송과 다르게 100명이 안되는 방청객들. 인기가 좋은 공개방송들(유희열의 스케치북이나 개그콘서트 등)은 사전 엠시가 나와 분위기를 한껏 띄우고 녹화를 시작하면 왠만하면 알아서들 웃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가 간 프로그램은 소수이고 스타 연예인이 나오는 프로그램이 아니었기 때문에 녹화시간 3시간 동안 열심히 웃고 박수치고 소리질러야 했다. 원래 잘 웃지 않는 편이고 웃어도 크게 소리내어 웃는 편이 아니라 연습부터 힘들었다. 사전 엠시가 나와 분위기를 좋게하고 웃는 연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생각해도 나의 웃음소리와 제스쳐는 적극적이지 못했다. 그게 눈에 띄었는지 사전엠시에게 지적을 당하기도 했다.

어쨌든 녹화시작. 밖은 추운 바람이 부는데도 불구하고 스튜디오 안은 뜨거운 조명의 열기때문에 더웠다. 겉옷을 벗었음에도 엉덩이와 얼굴엔 땀이 나기 시작했다. 또한 임시로 만든 좌석이라 무릎을 다 펼수 없을 정도로 너무 비좁았다. 코너 시작할때 코너 끝날때 그리고 웃기는 장면에서 어김없이 웃고 소리 질러야 했다.

별무리 없이 2시간까지는 열심히 웃고 박수를 쳤다. 웃으면서도 내 자신이 어색했지만 소리도 지르면서 웃었다. 하지만 2시간이 넘어서자 목도 슬슬 아파오고, 박수도 너무 세게 쳐서인지 손바닥이 아팠다. 옆 사람과 뒷사람은 잘만 웃는것 같은데 나만 따로 노는것 같아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도 나름 재미있는 장면에서 포복절도할만큼 웃었다. 녹화 3시간동안 속에서 우러나와 웃은건 몇번 되지 않은것 같다.

내 자신이 웃음에 관대하지 못한것도 있지만 사실 그렇게 웃기지도 않는 프로그램이었다. 물론 같이간 여자친구는 3시간 내내 쉬지 않고 진심을 웃었다는것을 보면 내가 웃음에 관대하지 못한 이유가 큰 것 같다. 방청객 체험을 해보면서 다 아는 이야기지만 역시 '직업엔 귀천이 없다'와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TV로 볼때는 '앉아서 연예인보고 웃고 박수치고 소리지르면 돈도 주고 재미고 있으니 저렇게 쉬운 일이 어디 있을까?'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가 직접 세시간동안 방청객을 해보니 그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웃는일조차도 직업이 되었을때는 얼마나 힘들고 많은 노력이 동반되어야 하는지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특히 개그프로를 보면서 재미없는 코너는 웃지도 않고 비난도 했었다. 흔히 우리나라를 말할때 웃음과 유머가 없다고들 한다. 나부터 웃음에 대해 인색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세상에 하찮은 일이나 직업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방청객들도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서 정당한 대우와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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