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속의 김대중 전 대통령, 이제 편히 쉬세요.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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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8. 23. 10:20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잠시후 영결식을 마치면 우리 곁을 떠나게 된다. 파란만장했던 한국현대사에서 늘 낮은곳에서 서민들과 함께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 그가 그토록 원했던 남북평화가 그의 죽음으로써 조금이나마 개선되는 모습을 보니 죽어서까지도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 생각하니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사실 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80년생인 나는 대학시절과 군대시절의 대통령이 김대중이었다. 하지만 386세대나 그 이상의 세대 또는 호남지역에서의 영웅이나 선생님 같은 의미의 대통령은 아니었다. 내 기억속의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전 대통령과는 별반 다를게 없는 그냥 대통령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취임했을 무렵 나는 대학교에 진학했고, 사회적으로는 신자유주의의 광풍이 몰아치고, 대학은 하늘높을줄 모르고 오르는 등록극과 청년실업과 비정규직이 막 사회문제화되는 시점이었다. 물론 일부 학생들은 남북 정상회담과 615선언에 감격하며 한총련 합법화에 기대를 걸었지만 일반 학생들에겐 별 감흥이 없었다.

그렇게 내 기억속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재임기간과 비교해 별로 나아진게 없었다. 달라진게 있다면 전직 대통령들은 국민들에게 폭력적이었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좀 더 세련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대통령의 힘만으로 사회를 바꾸거나 4년이란 짧은 기간에 뭔가를 확 바꾸기엔 부족하다.

세 아들들의 비리와 최루탄은 사라졌지만 여전한 경찰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폭력, 신자유주의와 FTA의 본격화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좋은 대통령으로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시민단체들이 보수화(관변화)되고 진보진영이 분화(분열이 아니고 분화라고 생각한다)된 시점도 이때부터이다.

그렇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분명 대한민국 민주화와 평화에 평생을 바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박정희와 전두환의 군사독재에 맞서 아무도 말하지 못할때 목숨을 걸고 국민대신 나선이가 바로 김대중이다. 5.18 묘지와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때 보여준 눈물은 많은 이들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진심이 무엇이었는지 보여준다.

마지막까지 민주주의를 지키고 행동하는 양심이 되자고 말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 이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시대는 끝났고, 그와 방식은 다르지만 민주주의와 남북평화, 그리고 서민경제를 위해 우리 모두가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야 할 때이다.

故 김대중 전 대통령님 이제 편히 쉬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