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도 없는 사노련 기소, 국가보안법 폐지의 이유

흑백테레비

·

2009. 8. 12. 00:09


오세철 교수


서울 중앙지검은 국가보안법상 사회변란 선전선동 단체를 구성하고 가입한 혐의로 사회주의노동자연맹(사노련) 운영위원장 오세철 교수를 비롯한 8명의 핵심간부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한다. 사노련은 올초 검찰이 국가보안법으로 기소했으나 법원에 의해 거부되면서 검찰이 망신을 당한바 있다.

하지만 이번엔 죄목을 하나 더 첨가해 쌍용차 사건의 배후가 사노련이라는 식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사노련이 쌍용차 점거를 군사적인 편재로 투쟁하려 했다는 죄목이다. 하지만 검찰은 사노련이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증거도 없는데 어떻게 불구속 기소를 했을까?

검찰은 구체적인 증거는 없으나 선전물을 뿌리고 선전선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국가보안법에 저촉이 된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국가보안법 폐지의 이유를 검찰 스스로가 말해주는 사건이 아닌가 싶다. 구체적인 증거도 없고, 그나마 있는 증거도 쌍용차와 직접적인 관계도 아닌데 국가보안법으로 기소할 수 있다니?

국가보안법이라는 것이 코에걸면 코걸이 귀에걸면 귀걸이라는 것을 설명해주는 사건 아닌가? 국가보안법 이 얼마나 오지랖이 넒은 법인가. 검찰이 올초부터 사노련만 계속 물고 늘어지는 것은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것 같다. 사노련보다 더 심하게 더 활발하게 회원도 많은 단체들이 많은데 유독 사노련만 물고 늘어지고 있다.

사실 진보진영에서 사노련이란 단체를 들어본 사람은 드물것이다. 그만큼 진보진영 내에서도 영향력이 미비한 단체이다. 이런 단체를 검찰은 구체적인 증거가 있으면 내란죄까지 적용할수 있다고 하니 웃음만 나온다. 많아야 200명의 회원이 무슨 국가전복을 한단 말인가. 더군다나 그들이 말하는 사상은 진보진영 안에서도 폐기처분된지 오래된 사상들이다. 말그대로 아무리 유인물을 뿌려봤자 씨알도 안먹힌다는 것이다.

사노련이라는 단체의 위력은 둘째치고, 이번 사노련에 대한 검찰의 기소는 쌍용차 문제를 공안사건으로 몰아가려는 것이다. 경찰의 무리한 강경진압과 사측 구사대와 용역들의 불법폭력행위는 희석시키고 노조의 폭력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아울러 노조의 배경에 외부 단체들(사노련)이 불법폭력 시위를 조종하고 선동했다고 덮어 쒸우려는 속셈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각 부처는 틈만 나면 '법질서'를 말하곤 한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들을 볼때 과연 그들의 법질서는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다. 서민들과 없는자에게만 유독 강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 정부를 어찌 국민을 위한 정부라고 할 수 있을까. 이명박 대통령은 불과 몇주전에 이념을 버리고 경제를 살리는 실용중도 정책을 펼치겠다고 라디오 연설에서 말했다.

실용중도라는 개념이 뜬구름 잡기식의 말이지만 경제를 살리기는 커녕 사회 곳곳에서 상식이 아니라 이념의 잣대로 편가르기를 하고 자신의 반대세력은 탄압하고 있는 것이 실용중도인지 묻고 싶다. 사노련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쌍용차 사태의 본질(상하이차 매각, 부실경영, 구사대와 용역의 불법폭력행위)을 이야기 한것이 과연 국가보안법 상의 불법을 저지른 것일까?

검찰 스스로 밝혔듯이 구체적인 증거도 없이 기소할 수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검찰은 국민들을 협박하지 말고 잇따른 불미스런 일로 밑바닥으로 떨어진 신뢰를 되찾아야 할 것이다. 이번 검찰의 사노련에 대한 기소는 국가보안법을 왜 폐지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좋은 사례이다.

2009/08/12 - [책과 이야기] - 조갑제닷컴의 한국사회단체성향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