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결식날 푸드코트에서 확인한 성난 민심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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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6. 2. 17:33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있었던 29일 금요일에 운구행렬을 지켜보기 위해 서울역으로 갔습니다. 서울역 광장과 회현 고가도로에 사람들이 가득찼습니다. 마치 흑백사진으로 보던 80년 봄의 서울역 광장을 보는 듯 했습니다. 뜨거운 햇살에도 불구하고 영구차가 지나가자 사람들은 울기도 하고 구호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운구행렬이 남영역쪽으로 지나가고,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역에 있는 대형마트 푸드코트로 갔습니다. 평일 오후인데도 사람들이 많이 있더군요. 운구행렬을 보러 왔다가 저처럼 늦은 식사를 하거나 더위를 피하기 위해 온 것 같아 보였습니다. 줄을 서서 기다려 햄버거를 가지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푸드코트 한쪽에서 고성이 나왔습니다. 어떤 중년의 남성분이 큰소리로 푸드코트 직원들에게 뭐라고 하더군요. 저는 사실 잘못을 떠나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싸우거나 떠드는 모습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불만이 있으면 직원과 단둘이 이야기하면 될 것을 목소리 크면 이긴다고 생각하는지 큰소리로 떠드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푸드코트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도 많았고 가족들과 함께 온 분들도 많아서 어린아이들도 있었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큰소리로 직원들에게 불만을 토로하더군요. 물론 직원들은 어쩔줄 몰라하구요. 어쩔줄 몰라하는 것은 그 남성의 부인도 마찬가지더군요. 뭐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직원들이 사과를 하고 머리를 조아려도 계속 큰소리로 떠듭니다. 뭐라는지 자세히 들어보니 별것도 아닌 일입니다.

큰소리로 떠드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이후 싸늘해진 민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떠들던 남성이 "미국 쇠고기 파는 00마트는 애용하지 맙시다." "이명박 대통령한테 특혜받는 00마트는 이용하지 맙시다"라고 외치자 밥을 먹던 사람들이 다들 박수를 치더군요. 마치 참여정부에서 무슨 일만 일어나면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말도 생각났습니다.

공공장소에서 큰소리로 떠드는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지만, 그의 말은 푸드코트의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았습니다. 처음엔 다들 무관심하거나 좋지 않게 보던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말 한마디에 큰 박수르르 받았습니다.

사실 박수받을 일을 한 것도 아니지만 뭐든지 이명박 대통령과 연결시켜 말하면 박수를 받더군요. 그만큼 지금 민심이 안좋다는 증거죠.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이후 민주당의 지지율을 올라가고 한나라당은 곤두박질 치고 있다고 합니다. 언제까지 이런 현상이 어이질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연일 삽질하는 정부와 여당, 그리고 정권의 하수인인 경찰이 지금처럼 한다면 민심의 이반은 더욱 심해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