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라는 이름으로 자유를 빼앗는 사회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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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6. 3. 00:10


아버지 진료때문에 서울대학교병원을 갔습니다. 진료를 받고 지하철역으로 향하던중 휠체어를 탄 장애인 한분이 전단지를 나눠주시더군요. 아무도 받지 않는 전단지를 덥석 받았습니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전단지를 읽어보니 참 가슴이 아프고, 그동안 장애인에 대한 저의 무지를 깨닫게 해주는 내용이었습니다.

소록도라는 작은 섬이 있습니다. 지금은 관광지로 인기가 많지만 일제시대부터 한센병 환자를 격리 수용하던 곳이었습니다. 국가 공권력의 이름아래 전염병도 아닌 한센병 환자들을 격리수용하고 각종 몹쓸짓도 많이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2009년 현재에도 국가의 장애인 정책은 사회에서 격리하는 정책들입니다.
 


장애인들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일반인들과 함께 살아갈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이 아닙니다. 보호라는 이름으로 자유를 빼앗고 있습니다. 장애인들은 시설 밖의 자유로운 삶을 원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불편한 시선뿐입니다. 그동안 저는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생활하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습니다.

여러분들께 소개하고 싶어서 전단지 내용을 소개합니다. 저의 의견보다는 전단지 내용 자체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소개합니다. 장애인들의 시설생활에 대한 생생한 증언 들어보기시 바랍니다.

"밥을 먹으라면 밥을 먹고, 자라면 자고, 먹을때 먹고, 스스로가 인간이라는 것을 망각했어요. 장애인은 마냥 그렇게 살아야 되는 줄 알았거든요."

"춥고 배고픈 것보다 더 슬픈건 내가 짐승이 되어가는 기분이었다. 밥 먹고 자고, 밥 먹고 자고 그 생활에 길들여져 가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을때 나는 더 이상 시설에서 살 수 없었다."

00 시설에 온 이후로 20년을 살았습니다. 어머님, 아버님 제사도 한번 못 지냈고, 묘지에도 한번 가보지 못했습니다. 이젠 형제들 전화번호도 모릅니다. 가족들이랑 연락도 전혀 안됩니다. 가족들이 보고 싶지만 만날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줌마 근무자들이 남자들을 목욕시키고, 내가 세번 네번 거부했어. 거부했는데 할 수 없더라고" "선생이 나한테 그러더라고 니가 뭐하러 나가냐? 나가면 뭐하냐? 고생만 하지"

"처음에 갔을땐 죽고 싶었어. 이 사람들이 새벽 3시 반에 깨워요. 아멘, 기도하라고. 부업으로 생활인들이 전부 다 마늘을 깠어. 아침 먹고 마늘까고 점심먹고 마늘까고, 내가 거기 1년반 있는동안 베게나 이불을 빤 적이 한번도 없었어. 보일러도 기름이나 가스를 쓰는게 아니라 나무 장작을 땠어. 제일 웃긴 건 내가 거기 있으면서 머리를 3개월에 한번씩 감았다는 거야."

정부는 장애인 정책으로 시설을 짓는데 많은 돈을 쓰고 있답니다. 하지만 정작 장애인들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은 사회에서 함께 어울려 사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그 돈을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정책으로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시설에 수용하는 것이 장애인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우린 좋은 시설에서 수용하고, 가끔 자원봉사 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장애인들이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은 적었던 것 같습니다. 저부터 많이 반성해야 할 것 같습니다.



스스로 꾸려가는 자유로운 삶. 장애가 있든 없든 이건 누구나 바라는 것입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자유로운 삶의 기회가 박탈되고 원치 않는 공간에 갇혀 생활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이 시설 밖으로 나와 살 수 있게 힘을 모아주세요.

궁금하신 내용이나 후원을 하실려면 아래로 연락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sadd@paran.com 02-794-03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