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문 분향소 철거 '일선의 실수'였다면 책임져야 할 것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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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6. 1. 00:28


경찰에 의해 부서진 분향소 천막과 물품들_문순c 제공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끝난 다음날 새벽, 경찰은 서울광장을 다시 봉쇄했다. 서울광장을 봉쇄하는 것으로는 부족했는지 아니면 새벽까지 근무를 서게 해서 화가 났는지 덕수궁 대한문 앞의 시민 분향소까지 철거해 버렸다. 분향소의 천막과 각종 물품들은 박살이 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도 나뒹굴었다.

지난 일주일간 전 국민의 추모 열기는 뜨거웠고, 어찌됐든 정부와 여당도 저자세로 일주일을 보냈다. 하지만 그 열기가 채 가시기전에 경찰은 전 대통령과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이게 진심으로 애도를 표하는 정부의 진심어린 자세인지 묻고 싶다.

이에 대해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은 "빈소 강제 철거는 일선의 실수"라고 말하며 "작전 지역을 오해한 의경들의 실수"라고 말했다고 한다. 군대보다 규율이 더 세고, 철거 현장에 지휘관도 있었는데 일선의 실수라고 변명을 하기엔 궁색하기만 하다. 또한 의경들에게 잘못이 있겠는가? 철거를 지시한 지휘관이 나쁜 놈일 것이다.

지휘를 받지 않고 움직일 경찰도 아니지만, 주상용 서울청장의 말대로 '일선(의경)의 실수'이거나 '작전지역을 오해'했다면 당시 지휘관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자기 임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은 의경과 지휘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누군가 시킨 사람이 있으니 철거를 한 것 아니겠는가.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국민장으로 치뤄진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철거한 무례한 이름모를 경찰 지휘관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경찰은 틈만나면 공권력의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식으론 공권력이 바로 서지 않는다. 약자를 지키고, 국민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 공권력이 바로서지 허구한날 삽질을 하는 이상 경찰의 위상은 바로 서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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