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봉암 평전, 이승만이 아니라 조봉암이 당선되었다면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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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3. 9. 00:12

현재 대한민국 진보정치는 '겨울왕국'이다. 권영길 대선후보의 참신함도 민주노동당의 역동성은 사라진지 오래이다. 진보정당끼리도 수없이 분열되어 안그래도 적은 세력들이 갈기갈기 찢어진지 오래이다. 민주당의 일부 세력이 대체하고는 있지만 민주당의 틀안에서 진보정치를 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물론 아직 일부정당이 진보정치를 추구하고 있지만 수적열세와 시대에 뒤떨어진 사상으로 국민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은 진보정치를 필요로 하고 있다. 집권세력이 몇번 바뀌고, 저마다 서민들을 위한 정당이라고 하지만 서민의 삶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14년에도 노동탄압은 계속되고 있고, 헌법에 보장된 파업의 권리도 공권력에 의해 짓밟히고 있다.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 사회양극화, 재벌과 일부 부자의 배만 불려주는 정부의 정책들. 게다가 민주주의는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80년대 영화속에서만 있는줄 알았던 국가 공권력에 의한 조작과 감시가 2014년에도 벌어지고 있음에도 대다수는 침묵하고 있다.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모든 것이 사라진 그때. 이승만의 독재와 친일파의 부활에 맞서 싸운 정치인이 있었다. 죽산 조봉암이다. 일제시대에는 공산주의자로서 독립운동을 했고, 광복 이후에는 대한민국의 평화통일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정치인이다. 





최근 이승만을 재조명하자는 사람들이 있다.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칭송하면서 그의 독재 행위는 눈감아 버린다. 그 이승만의 독재에 맞서 제일 앞장서 싸운 사람이 조봉암이다. 당시는 이승만과 친일파의 극우세력과 박헌영의 극좌세력으로 혼돈의 시기였다. 이 혼돈의 시기에 조봉암은 뛰어난 정치력으로 많은 업적을 남겼다. 초대 농림부 장관으로써 농지개혁을 이끌었고, 국회부의장으로서 이승만 독재정권을 견제했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고 진보당 당수로써 이승만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진보당은 당시에 이승만과 민주당에 이은 제3세력이었지만 민주당 신익희 대통령 후보의 서거로 인해 이승만과 1:1로 선거를 치루었다.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로 인해 결국 패배를 했지만 당시 여론은 '투표에 이겼지만 개표에서 졌다'라는 말이 있을만큼 조봉암에게 호의적이었다. 이승만은 자신의 권력이 위태롭게 되자 조봉암에게 '간첩'의 누명을 씌어 사법살인을 하게 된다. 지금의 국정원도 간첩 사건을 조작하니 역사의 시계가 거꾸로 가는것 같아 안타깝다. 


조봉암 평전을 읽으면서 조봉암이라는 인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다. 그가 독립투사가 되고 공산주의 사상을 받아들이는 것까지는 당시 대다수 독립투사들의 행태(?)와 비슷했고, 공산주의 사상도 당시 지식인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졌던 것이니 별다를게 없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가 흥미로웠다. 여인들과 스캔들, 박헌영과의 불화, 공산주의자에서 전향, 이승만과의 협력과 반목, 반대세력의 계속되는 의심 등으로 인해 두꺼운 책을 빨리 읽게 만들었다. 조봉암이 위대한 인물인 것은 분명하지만 하나의 인간으로서의 번뇌와 사생활 등은 시사하는 점이 많았다. 약간의 오점이 있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정감이 갔다. 빈틈 없는 인간이 어디 있을까.


책을 덮으면 이런 생각을 해봤다. 이승만이 아니라 조봉암이 당선되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어떻게 되었을까?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더라도 이승만에 의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지 않고 이후 계속해서 정치를 했다면 대한민국이 조금 더 건강해지지 않았을까.  


진보당을 창당할때도 조봉암을 아끼는 많은 사람들이 아직 때가 이르다며 말렸다고 한다. 조봉암에게 죄가 있다면 시대를 너무 앞서간게 아닐까. 진보당의 강령은 지금 읽어보면 너무나 상식적이고 보편적이다. 그런 정책을 반세기 전에 들고 나왔다니 그의 혜안이 놀랍다. 물론 더욱 놀라운건 아직도 그의 정책들이 이땅에 뿌리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다. 


대한민국의 갈길은 아직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