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중도실용정부는 정체성 결여된 표현"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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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5. 19. 22:49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황석영씨의 발언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중도실용 정부론'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씨가 당선이 되었던들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겠지만 무턱대고 삽질을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역사나 정치에서 만약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바보스런 짓이지만 지금 당면한 현실이 그런 상상을 하게 만든다.

이회창 총재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김종필(자민련) 이회창(자유선진당)으로 이어지는 충청도 지역정당화가 마음에 들지도 않는다. 하지만 오늘 당무회의에서 발언했다는 이회창 총재의 중도실용정부론에 대한 이야기는 이명박 대통령이 한번쯤 새겨 들어야 할 내용인 것 같다.

중도실용은 사실 참여정부 시절 열린우리당에서 나온 이야기다. 그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권은 갈팡질팡했던것 같다. 요즘 민주당이 '뉴민주당' 선언등으로 정체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데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다는 민주당이 나아갈 길이 어디인가. 서민들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 말해주고 있는 최근의 '중도실용정부론'인 것 같다. 이는 민주당뿐만 아니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도 깊게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소설가 황석영씨가 이명박 정부는 중도실용정부라고 말한 데 대해 청와대가 내심 환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가 되었다. 이것은 이명박 정권의 정체성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그대로 묵과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중도실용정부라는 말은 정체성이 결여된 알맹이 없는 표현이다. 만일 이명박 정권이 이 말이 이명박 정권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이명박 정권의 정체성을 다시 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중도’라는 말처럼 실체성이 없고 애매모호한 개념은 없다. 정치에서 중도란 우와 좌를 전제로 한 것이다. 우와 좌와 절연된 무색투명한 중간지대인 중도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있다면 중도 우와 중도 좌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마치 중간지대가 있는 것처럼 중도를 표방하는 것은 스스로 정체성이 없음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태도는 매우 유해롭기도 하다.

때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중도라는 이름으로 국민의 눈을 속일 수가 있기 때문에 정체성의 혼란을 야기하는 매우 무책임한 표방이라고 생각한다.

실용’이라는 말도 정체성의 기준이 될 수 없는 말이다. 정부치고 실용을 팽개치는 정부가 어디 있는가. 정부는 정부의 이념이나 정책목표를 실용을 통해 실현한다. 그러므로 실용은 목적실현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정부의 정체성을 가르는 기준은 이념과 정책목표이고, 실용은 이러한 정체성을 실현하는 수단일 뿐이다. 정권의 정체성이 실용정부라고 말하는 것은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무의미한 성격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중도실용’이라는 말은 정체성이 없거나 정체성 혼란만 야기하는 유해로운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이 자신을 중도실용정부라고 생각한다면 스스로 정체성이 결여되어 있음을 보여주거나, 아니면 그동안 들어온 보수정권이라는 딱지가 부담스러워 비보수, 반보수나 좌파 쪽의 환심을 끌어 보려는 얄팍한 수단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만일 이렇게 확고한 신념과 방향감각이 없이 중도실용이라는 표방으로 좌고우면하는 갈지(之) 자 정부가 된다면 국민은 어떻게 이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이 문제를 가볍게 넘기지 말고 확고한 정권의 속내를 분명히 표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