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 애국가를 연주하지 말자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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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5. 3. 02:20


저는 야구를 참 좋아합니다. 매년 프로야구 시즌을 기다리고 야구장을 가는 것이 제 취미생활입니다. WBC를 통해 많은 국민들이 야구에 관심을 가지고 어제는 프로야구 사상 최단기간 100만 관중을 돌파했다는 기쁜 소식도 들립니다. 아직 부족한 것들이 많지만 야구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투자도 많아져 야구팬으로써 기대가 많이 됩니다.

하지만 야구장에 갔을때 싫은 것이 단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애국가 연주입니다. 프로야구에선 경기 시작전에 애국가를 부릅니다. 관중들이 일어나 태극기를 향해 가슴에 손을 얹고 애국가를 따라 부릅니다. 저는 야구장에 갈때마다 애국가 제창 시간에 일어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극장에서도 예전엔 상영전에 대한뉘우스를 시청해야 하고 애국가를 불러야 했던 지금 생각해보면 웃긴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야구장, 그것도 프로야구 경기에선 아직도 애국가를 부릅니다. 국가대항전도 아닌데 애국가를 불러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WBC 같은 대표팀의 경기에선 물론 애국가를 불러야합니다. 시즌 개막전과 한국시리즈에서도 애국가는 불러야겠죠. 하지만 시즌중의 경기에서도 왜 애국가를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언제부터 프로야구에서 애국가가 불러졌을까요? 그럴려면 프로야구의 출범 당시를 돌이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프로야구 출범의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프로야구의 시초가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 우민화 정책(3S)의 일환으로 출범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정통성이 약했던 독재정권은 국민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했습니다, 별다른 취미거리가 없었던 당시 야구와 축구는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기에 안성맞춤이었죠. 그렇게 출범한 프로야구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당시는 극장에서도 애국가를 불러야 했고, 길을 가다가도 애국가가 울리거나 태극기 게양과 하강시간이면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국기에 대한 경계를 하던 시절입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좌빨'이니 '철없는 젊은애'들이라니 등의 비난이 있을 겁니다. 조금 더 나아가면 나라 잃은 설움을 니들이 아냐도 나올테고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너희들이 국가의 소중함을 아느냐도 나올 겁니다. 애국가와 태극기 우리가 지켜야하는 소중한 것들 맞습니다. 버리자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울리는 곳에서 애국가를 듣고 싶다는 겁니다. 야구장에서 애국가를 듣는다고 애국심이 생기십니까? 

 
애국가, 이름만큼이나 성스러운 노래입니다. 애국가와 프로야구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전 애국가를 부르고 관중들은 치어리더의 몸짓에 열광하고 상대팀의 득점에 욕설을 내뱉고 일행들과 술을 마시죠.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마치 애국가가 면죄부를 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선수도 팬들도 한창 심장 박동수를 올려 경기력을 극대화하고 응원을 해야 하는데 애국가는 찬물을 끼얹고 맙니다.

시작이 어렵다고 합니다. 프로야구에서 더 이상 애국가 연주 시간이 없었으면 합니다. 극장에선 사라진 관습이 왜 야구장엔 남아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야구장에선 야구에만 집중하고 싶습니다. 원래 그래왔던 거라구요? 원래부터 그래왔던게 어디있나요? 외국에선 프로 경기에서도 국가를 연주한다구요? 외국에서 한다고 우리나라도 다 따라할 필요가 있습니까? KBO의 규정 어디에도 경기전 애국가를 연주해야 한다는 문구는 없습니다.

축구때문에 전쟁을 한 남미의 나라들 아실겁니다. 운동경기에서 라이벌이 있다는 것은 실력향상에도 도움이 되고 흥행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그 자체에 너무 몰입을 하게 되면 부작용이 생깁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야구 그 자체를 즐겨야지 야구에 정치나 민족주의가 반영된다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철지난 국가주의를 이용해 이득을 얻을자들, 과연 누구일까요? 야구장에선 국민이 아닌 야구팬으로 남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