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선수노조, 이번엔 설립할 수 있을까?
흑백테레비
·2009. 4. 28. 09:39
프로야구 중계방송 중단사태에 이어 야구판에 파장을 예고하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프로야구선수협회에서 내일 4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현재 선수협회는 법적으로 임의단체입니다. 2000년 결성 이후 프로야구의 주요 사건때마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왔지만 부족했던게 사실입니다.
10년전에 송진우를 주축으로 양준혁, 마해영, 김재현, 강병규, 심정수등이 선수노조를 결성하려 했지만 구단의 강력한 반대로 실패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선수노조를 결성하려 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 아닙니다. 최동원이 한번 실패했다가 송진우가 또 한번 실패한 것이죠. 선수협회라는 성과물이 생겼지만 당초 목표보다는 아쉬운 결과입니다.
아직까지 노조를 '색깔론'으로 덮어 씌우는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한국의 내노라하는 재벌들이 모인 프로야구에서 설립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10년전에 선수노조를 설립하려고 했을때 많은 선수들이 불이익을 당했습니다. 선수노조 설립에 적극적이었던 양준혁, 마해영, 강병규, 심정수등은 타의로 팀을 옮길 수 밖에 없었죠. 이승엽과 선동열은 선수협회에 미온적이거나 반대를 해서 말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삼성이라는 거대재벌의 압력이 있었겠지만 눈물 흘리며 선수노조를 결성하려는 선수들과 지지하는 야구팬들에겐 안타까운 모습이었습니다.
기자회견도 하지 않았는데 KBO는 벌써부터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는군요. KBO의 반대 이유 핵심은 '시기상조'라는 말입니다. 적자를 보는 프로야구에서 노조 설립은 아직은 이르다는 것이죠. 어디서 많이 듣던 핑계입니다.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 아직도 시기상조랍니다. 단군이래 경기불황은 말 그대로 단군 이래 매년 겪는 일입니다.
KBO와 보수언론은 억대연봉 선수들을 거론하며 '귀족' 운운 할 겁니다. 이것도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죠. 구단들은 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선수들의 몸값이 폭등했다는 이유를 들 것입니다. 하지만 구단 운영 적자가 어디 선수들 때문입니까? 수익구조를 건실하게 운영하지 못하는 구단의 문제인거죠. 선수 몸값 폭등이 선수들의 문제입니까? 지나친 경쟁으로 FA 몸값 경쟁을 유도한 것이 구단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프로에서 선수가 잘하면 그만큼의 돈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죠.
구단들의 적자 운운은 다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매년 구단들은 홍보로 수십 수백억원의 효과를 보고 있고, 오히려 SK와 한화는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삼성은 차명계좌에 수백억원이 있었고 한화는 조선회사를 사려다가 수천억원을 날렸습니다. 두산은 수백억원을 횡령해 형제끼리 싸웠고, 롯데는 제2롯데월드 건립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을 예정입니다. 구단들의 적자는 마케팅 능력 부족과 모기업의 부실때문이지 선수들 때문이 아닙니다.
프로야구에 분명 억대연봉을 받는 선수들 많습니다. 하지만 선수노조는 몇몇 잘나가는 선수들을 위해 설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작년 장원삼 선수의 트레이드 파동과 2군 선수들의 불안한 미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힘이 약한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구단과 선수는 갑과 을의 관계로서 부당한 대우를 많이 받게 됩니다. 그걸 보호하자는 것입니다.
위는 선수협회 손민한 회장의 인사말입니다. 선수협회가 생긴지 9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개선되지 않는 것들이 많습니다. 구단 중심의 FA제도와 2군 선수들의 처우개선을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파행적인 운영으로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는 유소년야구의 정상화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겉으론 베이징 올림픽 우승과 WBC 준우승으로 한국야구가 엄청난 성장을 했습니다. 하지만 부실한 인프라와 협소한 야구저변은 한국야구의 미래가 그리 밝다고만 말할 수 없습니다.
선수노조 결성은 큰 반대와 압력이 있을 것입니다. 재벌구단과 KBO는 반대할 것이고 구단측의 선수와 보수 구팬들도 반대할 것입니다. 사회적 문제인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가 프로야구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만, 운동권 출신도 아니고 진보정당 당원도 아닌 선수들은 2군 선수들을 위해 먼저 나서고 있습니다.
10년전에도 선수노조 결성에 팬들의 지지가 있었지만 구단의 강렬한 반대와 선수들의 결속력 부족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번엔 팬들의 지지와 격려, 그리고 사회적인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적의 문제입니다.
예전 어느 언론에서 송진우에게 연봉 많이 받고 처우도 좋은데 왜 선수노조 결성에 열성적으로 나서냐고 물었습니다.이에 송진우는 '나같은 고참선수가 나서지 않으면 후배들과 2군 선수들은 나서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고참 선수들과 스타 선수들이 나서서 2군 선수들의 처우개선과 잘못된 KBO의 행정을 바꾸길 바랍니다. 다가오는 5월 1일은 노동절입니다. 촛불 1년도 다가옵니다. 선수들의 정당한 요구의 결과가 어떨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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