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던 용산> 용산참사를 잊지 말자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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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18. 00:43

자전거여행 마치고 처음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고향에 내려와서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과 술한잔 기울인다는 핑계로 근 두달만에야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오늘 읽은 책은 <내가 살던 용산>이라는 만화책입니다. 네, 맞습니다. 제목처럼 2009년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용산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제가 공주에 오면 자주가는 술집에서 우연히 보게된 책인데요. 한시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한눈팔지 않고 책장을 넘겼습니다. 만화라서 쉽게 읽히긴 했지만 전혀 쉬운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살던 곳을 지키려 망루에 올라갔지만 끝내 산채로 건물밖으로 나오지 못했던 5인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나름 '용산참사'에 대해 흥분하고 관심이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오늘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겉모습만 알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머리속에서 '용산참사'를 잊고 있었던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한 가족의 가장이었던 사람들이 왜 망루에 올라가야만 했을까요? 용산 재개발 당사자도 아니면서 왜 연대를 하겠다며 용인에서 수원에서 달려와서 목숨을 잃어야만 했을까요.

언론은 그들을 테러리스트로 몰아갔고, 많은 이들이 죽은이들과 유가족들에게 차가운 말과 시선을 보냈습니다. 얼마 안되는 보상금을 받으려고 화염병을 던지고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람들로 몰아갔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막다른 그곳까지 몰아갔던 재개발 회사와 조합 그리고 용역, 정부와 경찰 그리고 우리 사회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부족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전국 곳곳에서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철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세입자들은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쫓겨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모두들 용산참사를 잊었고 그게 내가 될수 있다는 것도 잊었습니다. 용산참사는 아직도 현재 진행중입니다. 장례를 치루긴 했지만 5인에 대한 명예회복은 멀기만 하고 감방에서 여름을 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람이 없는 재개발은 언제라도 다시 제2의 '용산참사'를 일으킬 것입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재개발일까요? 건설사? 소수의 부자들? 재개발 또는 뉴타운이라는 것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 눈속임이라는 것을 왜 모를까요.

생생한 말과 그림으로 그날의 용산을 만날수 있습니다. 책을 덮으면서 유족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리해서 그림을 그린 만화가들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생각했습니다. 물론 유족들의 고통에 비하면 비교조차 할 수 없겠지만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도 쉽지 않은 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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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던 용산 - 8점
김성희 외 지음/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