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사극을 통해 2010년 대한민국을 보다.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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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4. 22. 23:14

'왕의 남자'로 관객들에게 잘 알려진 이준익 감독의 신작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시사회를 다녀왔습니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은 박흥용 화백의 만화가 원작입니다. 유명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저는 원작을 보질 못해서 스토리가 무엇인지는 모르고 갔습니다. 시사회는 단성사에 있었는데 단순 시사회인줄 알고 갔는데 영화 상영이 끝나고 감독과 주연배우와의 만남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극이긴 하지만 영화 분위기는 상영 시간 내내 무겁지 않았습니다. 황정민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백성현과의 티격태격하는 연기가 재미있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배우들의 표정과 연기는 진지한데 그걸 지켜보는 관객에겐 웃음이 나오는 장면들이었습니다. 조선시대 양반이 아닌 백성들은 인간 취급도 못받았다는 것은 많이들 알고 있습니다.

양반의 첩 자식인 서자들마저도 신분 상승을 못하고 차별을 받았는데 일반 백성들의 삶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때는 조선중기, 임진왜란의 전운이 감돌고 백성들의 삶은 고되기만 합니다. 배고프고 억압을 받으면 영웅이 나타나기 마련이고 혁명(난)으로 이어집니다. 왕과 지배세력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던 정여립과 대동계 일파는 세상을 바꾸고자 했지만 동인과 서인의 견제와 내부의 분열로 실패하게 됩니다.


왜군이 쳐들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당쟁으로 인해 준비를 하지 못하고 막상 쳐들어왔는데도 당파싸움에 열중하는 양반들을 보면서 2010년의 대한민국이 떠올랐습니다. 무조건 힘으로 밀어붙이는 여당이나 대안없이 반대만 하는 야당을 조롱하는 듯한 장면들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조선을 바꾸자고 일어난 세력들도 대안세력이 못되었습니다. 차승원은 세상을 바꾸겠다고 일어났지만 결국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 주변 동지들을 죽이고 맙니다. 이 또한 이명박 정권 심판을 내세우며 야권연대를 주장하다 서로들의 욕심때문에 서민들의 고통은 나몰라라 하는 지방선거를 앞둔 야당들이 생각나더군요.

하지만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이 심각하고 무거운 내용은 아닙니다. 사극을 통해 현재 우리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조연배우들의 감초연기도 좋았구요. 황정민의 봉사연기는 또 다른 황정민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잘생긴 배우라고만 생각했던 백성현의 연기도 새로웠습니다. 차승원은 이준익 감독의 말대로 글로벌스탠다드한 멋진 모습이었습니다. 

개봉은 28일에 한다고 하는데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영화의 소재로 우리의 옛것을 통해서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고 현재를 조명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이준익 감독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아바타 같은 3D 대작도 좋지만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이나 '왕의 남자'같은 우리의 것을 소재로 한 영화도 꾸준히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시사회 끝나고 이준익 감독과 백성현, 황정민씨가 관객과의 대화를 하는 중에 황정민씨의 극중 대사 처리에 관한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황정민의 사투리가 극중 황처사의 역할을 더 재미있게 살려주는 요인이었는데 3/1이 애드리브였다고 합니다.

이준익 감독, 백성현, 황정민


사진을 여러장 찍었는데 조명도 어둡고 똑딱이다보니 사진이 잘나온게 없네요. 말솜씨 좋은 이준익 감독과 연예인 같은(?) 백성현씨와 동네 형 같은 황정민씨를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더욱 즐거웠던 시사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