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에 대한 연민과 불편함
흑백테레비
·2009. 3. 22. 14:22
WBC 중계때문에 각종 배달 음식들이 특수를 누린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전 식품의약안전청이 발표한 '중국음식 위생상태 불량 업소 명단'을 보면 동네 중국집에서 부터 호텔과 백화점의 고급 중식당까지 위상상태 불량으로 적발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믿을만한 음식점이 없다는 것이 소비자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오늘은 중국 음식점 못지 않게 서민들에게 친숙하고 많은 이에게 사랑을 받지만 위생상태가 의심되는 노점상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1 노점상에 대한 연민
길거리를 거닐다가 우리의 눈과 코를 자극하는 것이 노점상의 떡볶이, 순대, 뻔데기 등이다.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 서민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노점상에 가면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만날 수 있다. 고급 레스토랑의 왠지 모를 위선이나 격식보다는 서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곳이 노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대, 아현, 청계천등지의 노점은 이제 단순한 노점이 아니라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사랑받는 하나의 문화이다. 이런점들 때문에그래서 나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단속 위주로 노점상을 규제하는 것에 반대한다(단속 과정에서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한다). 강남의 으리으리한 빌딩숲보다는 강북의 오밀조밀한 노점이 있는 거리가 훨씬 인간미있고 외국인에게도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노점상에게도 거리에서 물건과 음식을 팔 권리가 있다. 회사와 사회에서 내몰린 그들이 살기위해 선택한 것이 노점인데 그것마저 막는다면 그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내쫓으면 우리 사회는 그들을 포용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가? 노점상도 하나의 문화로 인정하고 키우기보다는 없애야 할 대상으로만 보는 행정당국과 일부 시민들이 있는 이상 단속과정에서 노점상인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언제 다시 또 일어날지 모른다.
2 노점상에 관한 불편함
사실 내가 노점상에 대해 좋은 추억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노점상 음식을 잘먹지 않는데 그 이유는 두번의 경험때문이다. 한번은 대학교때 선배의 졸업식때 벌어졌다. 친한 동기가 한 겨울 졸업식장에서 파는 뻔데기를 먹고 식중독을 일으켰는지 얼굴에 붉은 반점이 나고 온 몸이 간지러워 고생했다. 그 이유는 지금 이야기 하려는 두번째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4월경에 충남 공주 계룡산에서는 '계룡산 산신제'라는 축제를 하는데 그곳에서 나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축제장 입구에 노점상 한분이 고구마튀김과 뻔데기를 팔았는데 축제 3일간 지켜보니 당일 안팔린 뻔데기와 고구마 스틱을 다음날 다시 데워서 파는 것이었다. 하루종일 먼지가 날리고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축제장에서 3일간 파는 것을 보고 다시는 노점상에서 고구마 스틱과 뻔데기를 먹지 못했다. 이대나 신촌 거리를 거닐다 보면 기름때가 잔뜩 묻은 조리 시설이나 위생상태가 불량한 간장병, 그리고 믿지 못할 식재료등 우리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노점을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내가 본 것이 전부가 아니고 중국 음식점처럼 대형음식점이나 프랜차이즈 식당에서도 이런 일은 벌어 질 수 있다. 하지만 노점상은 영세함과 그 특수성 때문에 법의 힘이 작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문제다.
3 단속만이 최선인가?
노점상 음식을 믿지 못하면서도 나는 단속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인들과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길거리에서 그들을 내쫓는 것이 아니라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음식점처럼 위생상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정식으로 장사를 할 수 있도록 면허제로 하는 것은 어떨까? 노점상들에게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면서도 이익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또한 노점상 자신들도 조리와 청결에 힘써야 한다. 전노련이 단속위주의 지자체에 맞서 자신들을 방어하는 것에 찬성하지만 전노련도 자정의 움직임을 보일 필요가 있다. 가끔 노점 골목을 거닐다 보면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를 반대한다는 스티커를 붙인 포장마차를 쉽게 볼 수 있는데 나는 광우병 쇠고기보다 노점의 음식이 더 안전하다는 이야기에 동감할 수 없다. 단속만 하고 관리를 사실상 포기한 정부와 위생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상인들이 존재하는한 소비자의 건강은 누가 책임질 것인지 의문이다. 노점상들은 마음놓고 장사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는 정부의 정책을 기대해 본다.
2009/03/22 - [삐뚤한 시선] - 중국집 위생 위반 업소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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