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 포 벤데타, 우리는 브이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흑백테레비

·

2013. 7. 23. 09:28

주말에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 갔다가 영화를 보고 산책할겸 영화제 구경도 할겸해서 부천시청까지 걸어갔다. 먼거리는 아니었지만 날이 무더워서 조금은 지쳤는데 영화제와 관련된 다양한 전시와 부스들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중에서 다양한 책들이 할인되어 판매되고 있어서 둘러보았다. 최대 40%까지 할인해서 책을 판매하고 있으니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 가신 분들이라면 한번쯤 들러서 마음에 드는 책을 구매해도 좋겠다. 아내와 나는 두권을 샀는데, '좀비제너레이션'과 '브이포벤데타'를 골랐다.

 

특히 난 '브이포벤데타'가 마음에 들어서 구매했다. 웃는 얼굴의 가면으로 익숙한 브이포벤데타는 몇년전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만화는 80년대초부터 연재되었다고 한다. 만화의 배경은 영국인데 당시 영국은 대처 총리가 통치하던 시절로 사회 전반에 신자유주의 물결이 흘러 넘치던 때이었다. 보수당 정부의 잇단 구조조정과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사회는 어지럽던 시절인 것이다. 그런 시절에 브이포벤데타는 탄생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왜 작가가 그 시절에 이런 만화를 그렸는지 이해가 간다.

 

 

 

만화의 주요 줄거리는 주인공 브이가 거대한 독재권력에 맞서 홀로 싸우는 내용이다. 만화속의 사회는 소수의 지배층에 의해 통제되는 곳이다. 국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이 하나하나 감시의 대상이다. 30년전 만화에서 이런 내용을 다루고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불과 얼마전 전직 미국 정보요원이 미국이 전세계의 통신, 이메일을 감청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국가는 계속해서 국민들을 국가라는 울타리안에 가둬 놓으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한국도 미국에 의해 광범위하게 감청당했다. 그런데도 정부에서 누구하나 문제 삼지 않는 것을 보니 과연 대한민국이 독립국가가 맞는 것인지 의문이다.

 

공권력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국민들을 감시하고, 방송국은 검열당하는 사회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 지난 몇년간 대한민국은 그런 사회였다. 공권력은 부당하게 민간인들을 사찰했고, 방송들은 검열아닌 검열을 당했다. 만화속 사회와 지금 대한민국은 얼마나 비슷한지 곱씹어 보며 이 만화를 읽는것도 재미중에 하나이다.

 

브이포벤데타가 재미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출판사가 바로 그 유명한 '시공사'이기  때문이다. 시공사가 어느 곳인가. 80년대 수많은 민간인을 죽음으로 내몰고 민주주의를 탄압한 독재자 전두환의 아들이 운영하는 곳이다. 최근엔 전두환의 비자금이 흘러들어간 곳으로 지목되고 있기도 하다. 독재자의 아들이 국가의 불법적인 권력에 맞서는 내용의 브이포벤데타를 출간하다니 아이러니하다. 물론 책의 내용이야 어찌됐건 '돈'이 될만하냐 아니냐가 출판을 하느냐 안하느냐의 최대 관건일 것이다.

 

책 앞에서 지은이는  이 만화는 '뉴스를 꺼버리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이 사회가 과연 상식적인 사회인지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브이 포 벤데타 - 10점
앨런 무어 지음, 정지욱 옮김/시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