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녀와 욕설남 논란속에 감춰진 이야기, 훔쳐보는 대한민국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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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2. 5. 23:16

요즘 인터넷을 하다보면 자주 보게 되는 단어가 '막말녀'나 '욕설남'등이다. 확실히 예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단어들이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촬영한 동영상에 주로 붙는 단어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최근에 부쩍는것이라고는 볼수가 없을테고 스마트폰의 보급과 sns의 발달로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도 물론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어르신에게 막막을 하는 젊은이들이나 반대로 젊은이들에게 막대하는 어르신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만 볼수 있는 풍경이었고, 문제가 되더라도 몇몇만 알거나 대부분 속으로만 욕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으로 리얼한 현장을 촬영하고 이를 다시 유투브 같은 곳에 올림으로써 수천수만명의 네티즌들이 해당 동영상을 보고 퍼나르고 댓글을 달고 다시 뉴스로 재생산이 되고 있다.

가히 1인미디어 시대라고 부를만한 일이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이전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일이 있어도 기성 언론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거꾸로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먼저 되고, 기성언론에서 뒷북치기 취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며칠전에도 9호선 막말녀가 큰 화제가 되었다. 노약자석에 앉은 젊은 여성에게 노인이 뭐라고 하자 젊은여성이 화를 내는 동영상이다.

논란이 된 9호선 막말녀 동영상 캡쳐


동영상을 촬영한 사람은 그 막말녀를 고발하고 싶은 마음에 촬영했을 것이다. 유투브에서 검색해보면 이런 동영상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큰 화제를 얻은 동영상부터 시작해서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한 동영상까지 수십가지가 넘게 검색된다. 처음엔 나도 막말녀가 욕설남등을 비난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방식의 사회적인 비난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동영상에 나오는 사람들은 욕설에서부터 성추행까지 분명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얼굴이 공개되고, 때론 신상까지 공개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큰 죄를 저지른 범인도 그 죄가 확정되기 까지는 보호받아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법이다. 수갑을 찬것도 범죄자의 얼굴도 가리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민중의소리' 같은 자칭 진보언론조차 아무런 거리낌없이 이런 동영상을 가십거리로 기사화한다.

잘못을 한 현장을 촬영했다면 경찰에 알려야지 그것을 전세계인이 보는 공간에 업로드 하는 것은 조회수를 높이기 위한 꼼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동영상으로 인해 범죄자로 얼굴이 공개되고 성범죄자처럼 신상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것이 과연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런 방식의 고발은 오히려 피해자에게도 상처를 줄수 있다. 작년에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지하철 성추행의 경우에도 가해자는 물론 피해자까지 모자이크처리 없이 동영상이 공개되었다. 유투브에서 몇번의 클릭만하면 이런 류의 동영상은 넘쳐난다. 심지어는 애정표현이 과하다며 커플의 얼굴이 그대로 나오는 동영상도 있다. 이런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평가한 것인데 마치 죄인처럼 공개되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발달로 인해 장점도 무수히 많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에 대한 정보가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는 것은 분명 우려할만한 상황이다. 상식에 어긋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고발하고 공론화하는 것도 좋지만 그들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도 하지 않고 그대로 내보내고, 신상까지 공개하는 것도 범죄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막말녀를 비난하기에 앞서 그런 공개방식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