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A씨의 밥을 먹는 방법

흑백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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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4. 27. 11:59


국회의원들의 사무실은 의원회관에 있습니다. 의원과 보좌관 및 관계자들 수백명이 근무하는 곳이죠. 직장에 다니시는 분들은 다들 공감하시겠지만 매번 점심때마다 무엇을 먹을까 은근히 많이 고민됩니다. 저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의원회관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합니다. 저렴하고 영양이 맞춰진 식단이 좋아서입니다. 맛은 상상하시기 바랍니다. 군대 짬밥보다는 확실히 맛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은 본청에 있는 귀빈식당에서 식사를 하거나 밖의 식당을 이용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의원회관 구내식당은 대부분 보좌진들이나 손님들이 이용하죠. 하지만 가끔 의원들도 목격이 되곤 합니다. 작년말부터 지금까지 제가 목격한 의원들의 식사법(?)을 한번 소개해 보겠습니다.



○ 의원회관 구내식당 최다 이용자는?

구내식당에서 제일 많이 목격되는 의원은 한나라당의 재선의원 A의원입니다. 언론계 출신인 A의원은 배식도 자기가 직접 받고 보좌진과 이야기하면서 식사하는 모습이 소탈해보입니다. 민주노동당의 B의원은 혼자 오거나 적은 인원과 함께 식사하는 모습이 의원이 아니라 보좌관 같아 인상적입니다. 민주당의 법조계 출신 C의원도 보좌관들과 함께 식사하는 모습이 보기 좋더군요. 자유선진당의 F의원도 의원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덩치답게 식사도 많이 하시더라구요. 일반인들과 같이 줄을 서서 배식을 받고 밥을 먹는 모습이 TV에서 보던 모습과는 달라 새롭더군요.

○  국회의원은 손발이 없어요?
반면 한나라당의 부산출신 초선의원인 D의원은 식당에 와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더군요. 건너편 탁자에 앉아 살펴보니 보좌관들이 의원님 밥을 배식받아 식판을 가져다 주더군요. 황당했습니다. 그런데서까지 쓸데없는 권위를 내세우고 싶었나 봅니다. 식판 반납까지 보좌관들이 하는 것을 보고 저 의원은 손발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닌다. 민주당의 중진 여성의원인 E의원도 보좌관들이 식판을 가져다 주더군요. 개혁정당(?)의 이미지와 지적인 이미지는 제 기억에서 사라졌습니다. 정당과 이념을 떠나 엘리트코스만을 밟아온 그들에게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그리고
사무실의 위치상 구내식당 말고도 사무실 빌딩 1층에 있는 식당에서도 의원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대부분 자기 의원실 보좌관들과 식사를 하는 모습이 목격됩니다. 얼마전엔 같은 정당의 친한 의원들과 앞치마를 두르고 김치찌게를 먹는 모습에 웃음이 나오더군요. 의원실에 들릴 일이 있어 승강기를 탔는데 민주노동당의 재선 K의원은 가방도 자신이 직접 들더군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의원들이 밥도 보좌진이 가져다주고 차에서 내릴때도 문을 열어주는 것과는 다르게 말이죠.

요즘 국회가 폭력적이고 무기력해서 국민들의 지탄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경제는 어렵고 국민들은 어둠의 터널 끝이 어디인지 몰라 괴로운데 정치인들이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습니다. 권위적인 모습을 버리구요. 얼마전 국회에서 목욕당이 만들어져서 국민들에게 이슈가 되었는데 몸싸움 좀 그만하고 얼굴 맞대고 밥 좀 먹으면서 좋은 정치하시길 바랍니다.


※ 위 내용들은 299명중의 의원들중에 제가 목격한 몇몇 의원들의 모습이니 참고바랍니다.
※ 국회 구내식당엔 아직 미국산쇠고기는 재료로 사용안하는것 같습니다.